'인류 역사상 모든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전쟁이었다'전쟁학에서 회자되는 문구이다. 인간의 이성적인 판단 기준과 역학 구도등에 따르면 도저히 전쟁이 발발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전쟁은 터지고 비극은 이어졌다는 말이다.
영국의 챔벌린 총리는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 작전까지만해도 '전쟁은 안 난다' 고 호언했었다. 전쟁은 또한 짐작조차 못한 결과를 낳아왔다. 패리스와 헬렌의 사소한 염문이 고대 트로이제국의 멸망을 불렀고 사라예보의 총성 한발이 유럽 전체가 참화에 빠져드는 1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이 됐다.
아무리 사전에 잘 계획되고 제한된 분쟁도 종종 통제불능의 확전으로 이어졌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폐배의 참담함을 알았다면 러시아로의 진군을 명령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세계의 화약고 발칸반도가 다시 불붙고 있다.
양대 핵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이해의 양쪽끝에서 맞서있다. 혹자는 세기말에 덧붙여 세계 종말의 서곡인 '아마겟돈' 전쟁까지 연상한다. 이라크보다는 민족, 종교, 문화의 이질성이 복잡하게 얽힌 발칸이 '인류 최후의 전쟁'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슬라브권의 맏형인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최후 수단의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를 엄포로 간주한다.
미국이 '통제된 위기관리'의 계획없이 폭격부터 감행했을리는 없다. 경제난에 처한 러시아가 돈줄을 쥔 서방세계를 적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그 배경이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나토의 공습계획에 정면 반발하자 '러시아는 국내경제회복이 우선'이라고 즉각 빗장을 걸었다. 미국이 보는 러시아의 '한계'다.
결국 옐친의 외침도 메아리없는 공허한 울림일 것이라는게 미국쪽 분석이다.그러나 유기체처럼 불가측한 전쟁의 속성상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또한 모든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일어났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yunsukkm@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