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뇌관이 터질까.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신유고연방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이후 무엇보다 러시아의 반응을 예의 주시해왔다. 세르비아와 민족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러시아가 자칫 유고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경우, 유고-나토로 단순 설정된 전선이 발칸반도 전체로 확대될 뿐아니라 극단적으로 세계대전으로 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토 공습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은 한마디로 「격앙」 그 자체이다. 옐친 대통령은 24일 클린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유고를 공습할 경우 수년간 이어져온 핵군축 노력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까지 경고했다.
하지만 이라크 공습때 처럼 이번에도 러시아의 의사는 국제적으로, 공개적으로 무시됐다. 옐친은 25일 나토가 공습을 감행하자 즉각 나토 주재 군사대표를 소환하는 등 나토와의 외교단절 절차를 밟았다.
갠나디 주가노프 공산당수 등 러시아내 강경파 뿐아니라 온건파 마저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공격이 중단되지 않으면 유엔의 대(對)유고 무기수출 엠바고를 깰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외교적 초강수를 두자 미국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러시아가 유엔의 무기수출금지 약속을 깬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산적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의견을 함께 해달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드미크리 시멘스 닉슨센터 회장은 『나토 공격은 사실상 미국의 대(對) 러시아 선전포고와 같은 의미가 있다』며 『미·러 관계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냉전시대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분노를 가라앉힐 다양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의료부문에 대한 투자를 약속하는 한편, 나토 공습으로 중단된 구제금융 협상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이 이번 주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스트로브 탈보트 국무부 부장관은 『러시아와의 의견불일치는 충분히 조정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애초부터 심각한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IMF지원금을 노려 나토 공습에 강력히 반발했다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는 IMF가 지난해 이후 동결한 173억달러의 구제금융 중 최소한 40억달러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이미 지불유예 상태인 채무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다.
/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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