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탈옥수 신창원(申昌源·32)의 아버지를 상전 모시듯 받들고 있다.「신창원 악령」에 기고 있는 경찰은 전북 김제시 금구면 하신리에서 혼자 살고 있는 신의 아버지 흥선(申興善·76)씨 집 주변에 텐트를 쳐놓고 경찰 4명이 동향감시를 위해 상주하고 있다.
신이 97년 1월20일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직후부터 혹시나 신창원이나 신의 「밀사」가 나타날 것에 대비해 아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는 것. 처음에는 신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아버지에게 맥주와 다과를 대접하고 농사일까지 거들며 비위 맞추기에 정성을 쏟았다. 그러는 동안 서로 가까워진 형사들은 동네 주민들에게 「왕따」당하고 있는 신씨의 말동무를 해주고 같이 TV를 시청하며 밥도 지어주고 있다.
76년 부인이 지병으로 숨져 혼자 살고 있는 신씨는 형사들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거나 심기가 불편하면 새벽에 몰래 집을 빠져나가 잠적하거나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마구 돌아다니며 형사들을 혼낸다. 그러자 담당 형사들은 『이제는 우리들 머리위에서 논다』며 불만을 털어놓으면서도 신씨가 외출할 때면 아예 자신들의 자가용으로 직접 모신다.
경찰은 이달초 그가 병원에 입원하자 간병인 노릇도 해주었다. 지난 연말에는 신씨가 서울에 사는 막내아들 현기(鉉基·30)씨 집에서 한달간 머물렀는데 관할경찰서 형사들이 「골치거리」인 신씨를 아예 차에 태우고 다니며 서울 구경은 물론 설악산 관광까지 시켜주기도 했다.
형사들은 『혹시나 신창원의 소재를 말해줄까해서 친절히 대했는데 이제는 혹시 잠적하면 문책을 받을까봐 자가용으로 모시고 다닌다』며 『솔직히 같이 다니는게 훨씬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김제=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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