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이해하려면 당대의 우스갯소리에 귀를 기울여라」.PC통신상의 유머코너에 웃음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서는 날카로운 사회풍자와 부조리를 고발하는 은유가 엿보인다. 때문에 유머코너마다 네티즌들이 몰리고 날마다 새로운 웃음들이 확대 재생산된다.
최근 유머코너의 현상은 우스갯소리의 장편화. 하이텔 조선영(32·여)대리는 『최불암시리즈나 사오정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짧은 단문이나 두세번의 대화로 꾸며지는 형식을 벗어나 한 편의 단편 소설분량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농담수준을 뛰어넘어 실생활을 감각있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유머칼럼의 하나로 꼽히는 유니텔의 「오뎅장사」얘기.
『나는 오뎅장사다. 성인나이트 B클럽 근처에서 한다. 저녁6시부터 새벽4시까지 하루 10시간 오픈한다. 떡볶이 순대 소시지 등을 필수품목으로 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뎅국물이다. 다른 것들을 먹어도 이 오뎅국물은 꼭 떠드려야 한다. 세 명이 와서 떡볶이 1인분 시켜 먹구 오뎅국물만 딥다 떠먹는 손님들이 있다. 이럴땐 칼부림나기 십상이다. 내가 요즘 자제력이 강해져 칼부림은 안한다. 그러나 이런 손님들이 한번 왔다 가면 액땜이 필요하다. 소금뿌린다. 진짜다.…퇴근시간엔 오피스걸과 넥타이부대들이 대부분이고 자정이 넘어서는 나이트에서 나오는 선수들이 매상을 올려준다. …첨엔 몰랐는데 편의점에서도 오뎅을 판다. 거기서 오뎅먹는 손님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왜 대기업이 오뎅산업까지 진출하는가…』
실제 나이트클럽 주변에서 오뎅장사를 하고 있는 필자는 실생활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자유롭게 표현해 내고 있다. 조직폭력배와의 눈싸움, 호스티스들과의 대화 등 글속에는 웃음 이상의 세태풍자가 들어 있다. 실제 『네티즌 중에는 필자를 만나기 위해 저녁때 이 오뎅집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유니텔 정혜림(28·여)대리는 전한다.
오뎅장사의 경우처럼 PC통신 인기 유머작가들의 직업은 평범한 생활인들이 많다. 하이텔에서 「구타교실」을 연재하는 박상욱씨는 학원 국어강사이고 「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의 김은태씨는 그래픽디자이너다. 넷츠고의 지종근씨는 컴퓨터판매업을 하고 있으며 유니텔의 남중현씨는 PC게임방을 운영한다. 지종근씨는 『뉴스기사로 세상을 대하는 것보다 웃음으로 접할때 더 현실감이 와닿는다. 웃음이 사람과 사람간의 빈공간을 메워주는 느낌이다』고 말한다. 유머작가들은 PC통신 칼럼을 쓰는 스타논객들에 비해 젊은 편이어서 20~30대가 대부분이고 학생들도 많이 참여한다.
유머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PC통신사들은 인기유머작가코너를 별도로 마련하거나 무료 ID를 주는 등 우대하고 있다. 채널아이 경우는 추천이 많은 작가 5명을 선정해 상품을 주며 나우누리는 100명의 추천을 받은 글은 베스트유머코너로 옮겨준다.
넷츠고의 박채향(37·여)과장은 『유머코너의 글들은 올려지자마자 즉시 네티즌들의 평가가 뒤따른다』며 『새로운 감각과 창의성이 가장 요구되는 코너여서 작가들의 부침이 잦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박원식기자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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