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의원직을 내놓거나 박탈당했을 경우엔 정치자금 모집 창구인 후원회를 해산하고 그동안 모았던 후원금의 잔액은 국고에 귀속하거나 자신이 속한 정당, 또는 공익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탁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금배지를 뗀 전의원들의 경우 한결같이 후원금 잔액이 한푼도 없다고 선관위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찌된 일일까. 여기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확정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한 경우도 있고 다른 공직진출 등으로 의원직을 내놓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의원직 상실의 이유가 제각각인데 마치 미리 예상하고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수입과 지출이 신기하게 딱 맞 떨어져 잔액이 「0원」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서울 구로 을 지역구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금배지를 잃었던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전의원측은 지난해 후원회 등을 통해 9,400여만원을 모집한 것으로 돼있다. 이전의원은 이중 8,430여만원을 후원회로부터 넘겨 받아 사용해왔으나 의원직 상실이후 선관위에는 남은 돈이 없는 것으로 신고했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발탁되면서 전국구 의원직을 내놓은 국민회의 김한길전의원의 후원금 잔액도 「0원」이다. 선관위에 접수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2,200여만원이 남아 있었으나 후원회 행사준비 등의 명목으로 모두 지출된 것으로 신고됐다. 송파갑 지역구의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전의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286만원 정도가 남아 있었으나 인건비, 소모품 구입 등으로 모두 쓰인 것으로 돼있고 사무실 집기나 비품 등만 지구당에 기탁됐다. 지난해 12월 후원회 행사를 가졌던 인천 계양·강화갑의 국민회의 이기문(李基文)전의원측은 26일까지 후원회 해산에 따른 회계보고를 해야 하는데 『남은 돈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해양수산장관으로 입각한 자민련 전국구 정상천(鄭相千)의원은 후원회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25일 『최근의 경우 뿐만아니라 역대 국회에서 남은 후원금이 국고에 귀속되거나 사회복지시설에 기탁된 전례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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