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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농협 4억증발' 갈팡질팡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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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농협 4억증발' 갈팡질팡 수사

입력
1999.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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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영등포6가 지점 4억원대 현금 강도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농협 직원들에게 끌려다니며 수사의 갈피를 못잡고 있다.사건이 발생한 18일 밤 경찰은 『강도가 들어왔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하고도 『금고에 이상이 없다』는 직원들의 말만 믿고 금고도 확인하지 않은채 돌아왔다. 더구나 지점장이 『농협중앙회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 보안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하자 경위를 따져보지도 않은채 선선히 돌아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관용」까지 베풀었다. 아예 상부에 보고도 하지않았다. 결국 범인 몇명이 어떻게 침입했으며, 피해물품은 없는지 등 기본적인 초동수사도 하지 않은 것이다.

다음날인 19일 오전 『현금 4억3,000만원이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나서도 지레 내부 공모, 또는 자작극에 의한 단순 사건으로 예단하고 직원들의 진술만 듣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뒤 밤늦게서야 상부에 절도사건으로 보고했다. 강도사건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지문채취는 지점 직원들과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 손으로 만지며 점검을 한 뒤인 20일에야 이뤄졌다.

이후에도 직원들의 진술에만 매달려 사건현장에 있었던 2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자 수사대상을 전체직원과 퇴직자로 확대했다. 또 심증만으로 이중 6∼7명을 용의선상에 두고 시간을 허비하다 단서가 나오지 않자 뒤늦게 전출자와 외부인의 소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며 수사를 사실상 원점으로 돌렸다.

4중장치가 된 금고안에 있던 40㎏짜리 부대 5개분량의 현금 4억3,000만원이 37분만에 감쪽같이 사라진 희귀한 사건을 놓고 경찰은 사건 발생 8일째인 25일까지도 단서하나 찾지 못하는 수모를 겪고있다. 선입견과 수공업적 수사가 빚은 당연한 결과다.

황양준기자 yj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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