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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듯말듯… '사랑'이라 불리우는 파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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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듯말듯… '사랑'이라 불리우는 파워게임

입력
1999.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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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의 모호한 대상 -여자는 몸을 가졌고, 남자는 돈을 가졌다. 여자는 안다. 자신의 효용이 극대화하는 지점은 바로 「줄 듯 말 듯한」 바로 그 지점이라는 것을.

프랑스 영화 「욕망의 모호한 대상」(원제 Cet Obscur Objet du Desir)은 시작부터 끝까지 젊은 여성에 집착하는 나이 든 부르주아의 1년간의 욕망을 다뤘다. 남자는 서툰 젓가락질로 콩자반을 집어 먹으려는 아이 같다. 하지만 감독은 정의한다. 우리가 「사랑」이라 믿는 「환상」은 계급간, 남녀간 권력의 시소게임이라는 점을.

20대 초반의 여자 주인공 콘치타는 언제나 중년의 사업가 마티유를 목마르게 한다. 『돈으로 나를 사려한다』며 남자를 떠났다가는 그가 찾아낼만한 장소에 나타난다. 여자는 『모든 걸 주겠다』며 잠자리를 허락한다.

그러더니 『처녀만은 지키고 싶다』며 정조대를 차고 잠자리에 들어 갈급한 남자를 화나게 한다. 『나의 모든 것은 당신 것. 나를 갖고 나면 당신은 오히려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라며 진심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을 한다.

어린 것에 끌려다니는 이 남자의 모습은 그러나 「지고지순」해 보이기 보다는 추한, 그리고 낡은 욕망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감독 루이 브뉘엘(1900~83)은 질서가 갖고 있는 정연함, 그 안에 숨은 권력의 공포를 영화를 통해 고발해 온 아방가르드의 대표적 감독.

그는 「욕망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부르주아 남성과 「나를 욕망하세요」라는 프롤레타리아 여성을 통해 사랑에 대한 정의를 증명한다.

그 증거는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테러에 의한 사망 소식. 남자는 정치적 상황엔 관심이 없지만 두 사람이 또 다시 화해를 하고 걸어가는 세비야 역 장면, 폭파신으로 영화는 마감된다. 개인의 욕망 역시 정치구조의 하위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더라도 감독(83년 사망)의 유작인 이 영화는 너무나 유쾌하다. 대담하고 코믹하다. 프랑스 여배우 캐롤 부케와 스페인의 안젤라 몰리나가 더블 캐스팅돼 모호한 여자의 성격을 드러낸다. 마티유 역의 페르난도 레이는 브뉘엘 영화의 단골 주연배우.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와 공동제작한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1929)부터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질서를 조롱하는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까지 스페인 출신 브뉘엘의 영화는 부르주아의 권력 담론에 대한 치밀한 조롱이었다.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당시 77세(77년)의 감독이 빚은 곰삭은 코미디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김시무(영화평론가) 부르주아에 대한 통렬한 풍자및 성적 강박관념에 대한 유쾌한 코미디. ★★★★☆

전찬일(영화평론가) 사랑놀이로 부르주아의 허위의식을 홀딱 벗겨 버리는 통쾌함. ★★★★☆

★5개 만점, ☆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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