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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간증발

입력
1999.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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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년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초등학생 5명이 집근처 와룡산에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소식이 끊긴지 오늘로 만 8년이 된다. 경찰은 그동안 단일 실종사건으로는 최대규모인 연인원 32만명의 수사관을 동원해 다각도로 수사를 해왔으나 사건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현상금 4,300만원도 잠자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하자 경찰은 지난해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형사 11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반만 운영하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은 부모들에게 깊은 한을 남긴채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아들을 잃은 부모들은 수년째 생업도 포기한채 전국을 헤매다 이제 거의 녹초가 돼버렸다. 부모들은 한동안 대문을 열어놓고 이제나 저제나 아이가 돌아올까 기다렸다고 한다. 아직도 대부분은 『어디엔가 살아 있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당시 9~13세이었던 개구리 소년들은 아무일이 없었더라면 지금은 어엿한 고교생이나 대학생이 됐을 나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성서초등학교 3~6학년 유급생으로 이름이 남아있어 부모들을 더욱 애타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 생사도 확인되지 않은 채 증발하는 이른바 「인간증발」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97년 3,216명, 96년 3,356명, 95년 2,873명, 94년 3,138명, 93년 4,914명이 실종선고를 받았다. 문명사회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우리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실종자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어떤가. 실종사건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 한 거의 묻혀버리는 게 상례다. 경찰은 뚜렷한 단서가 없을 경우 수사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97년 만해도 실종·가출 또는 미아 신고건수가 5만건이 넘었다. 경찰은 접수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조사해 인간증발을 막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실종사건 수사전담반을 만들어 가족의 생사도 모른채 애태우는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었으면 한다. /박진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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