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은 쾌활하다. 어떻게 보면 가볍기까지 하다. 나이 서른이 훨씬 넘었는데도. 그러나 이승철의 노래는 세월을 안다. 노래로 만나는 이승철은 세월이 갈수록 노래의 맛을, 노래의 진득한 맛을 알아 가는 것 같다.이승철이 2년만에 6집 「1999」를 냈다. 더블 앨범인데 벌써 반응이 뜨겁다. 20만장. 10대가 움직이지 않았는데 벌써 이 정도면 한마디로 성공이다.
『원래 록그룹(부활)으로 출발했지만 그런 음악 별로 안좋아 해요. 재즈나 소울풍의 노래가 훨씬 좋아요』 록가수로 출발해 발라드에 안착한 그는 현재 상태가 불만스럽지 않다. 머릿곡은 오케스트라 반주에 고급스런 발라드를 얹은 「오직 너뿐인 나를」.
자연스런 코드 진행과 연애 분위기의 가사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곡이다. 재즈 발라드인 「이별의 무게」는 트럼펫 등 연주 맛이 강하게 살아있는 곡으로 가수 개인적으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 중의 하나라고 한다.
「방황」같은 곡을 만들 때는 나이트클럽에서의 인기곡도 겨냥했지만 이젠 아니다. 자신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30대 혹은 40대 팬의 감성에 호소하는 곡이 자신도 좋다. 블루스 창법과 댄스를 접목한 「그대 먼 훗날에」, 발라드 곡을 댄스로 리메이크한 「외면」같은 바른 댄스곡도 좋다.
그렇지만 너무 힘이 없는 것은 아닐까. 고음에서 탁 터지는 소리가 예전만 못한 것 같은데 혹시 그래서인가. 『어떻게 10년전 같은 소리가 나겠어요. 나이먹으면 소리도 달라지지요. 하지만 목소리가 변해가는 게 좋아요. 무게도 좀 생기고…』 실상 그의 소리는 이제 지르지 않고도 크게 설득하는 힘을 갖기 시작했다.
더블 CD중 신곡으로 채운 10곡의 노래가 짧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 『제가 자신있게 부르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는 연습을 질질 끌지 않는다. 대부분 한두번 녹음으로 끝낸다.
노래를 자꾸 부른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대신 믹싱 작업에 시간을 많이 들인다. 이승철의 곡에 윤치웅의 편곡, 임성묵의 믹싱은 섬세한 사운드를 만들었다.
다른 한 장의 앨범은 환상적인 라이브 무대를 꾸미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공연 실황을 담은 라이브 베스트. 「검은 고양이」 「비애」 「잠도 오지 않는 밤에」등 11곡이 담겼다. 5월부터 시작, 연내 40회의 공연을 가질 생각.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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