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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열풍] 혼돈의 세기말 기댈곳은 옛추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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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열풍] 혼돈의 세기말 기댈곳은 옛추억인가

입력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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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退行)의 위안인가. IMF체제 상황속에서 세기말이 닥치면서 문화와 사회 각 분야의 복고열기가 뜨겁다. 한 시대를 풍미해 현대인들의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대중문화와 놀이문화, 먹을 거리들이 길게는 40여년, 짧게는 1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적당한 상술과 어울려 재생하고 있는 것이다.27일에는 국내 처음으로 추억의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클래식 전용 극장 「오즈」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문을 연다. 개관 기념으로 중년들이 젊었을때 즐겨 보았던 「카사블랑카」 「이지라이더」 「오발탄」 「맨발의 청춘」이 상영된다.

2주∼한달간격으로 작품이 바뀌면서 향수를 불러일으킬 히트작들이 상영될 예정인데 개관도 하기전 벌써 2,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회원들은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지만 3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80년대초까지 유행했다가 첨단 오디오시설의 보편화이후 사라졌던 고전음악 감상실도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림동 「신토니아」등 최근 서울시내에서만 4곳 정도의 고전음악 감상실이 생겨나 중년들에게 향수의 한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요즘에는 거의 보기조차 힘든 LP음반을 취급하는 중고음반가게도 명동 회현지하상가 주변에서 10여곳이나 들어서 올드팬들을 맞고 있다.

80년대 대유행이었던 전자오락실의 「벽돌깨기」「테트리스」「갤러그」「제비우스」게임도 새로운 스타일로 변종돼 샐러리맨들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등 요즘 게임처럼 짜릿한 맛은 없어도 추억을 되씹을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

복고 열기는 대중음악의 취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어지러운 몸놀림에다 알아듣기도 힘든 노랫말에 짜증이 난 중년들이 과거 자신들이 즐겨 들었던 음악들을 적극 찾아나서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과거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이 인기를 끌고 경기 하남시 미사리카페촌처럼 70년대 통기타 가수들이 라이브 공연하는 곳들은 중년들의 안식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과거 히트곡들을 그대로 원용하거나 개사해 사용하는 광고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신중현의 「미인」, 「커피한잔」, 양희은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니」를 담은 광고가 히트를 치고 있다.

60년대 청춘영화를 연상시키는 「OB라거」, 홍수환씨가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를 외치는 삼성전자의 CF는 복고열기를 반영한 광고들이다.

전문가들은 패션디자이너들이 낭만적인 분위기 연출을 위해 올 봄상품으로 50년대 유행했던 오드리햅번 스타일의 주름많은 의상을 내놓는거나, 헐렁한 촌티 스타일의 의상이 유행하는 것도 한 단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복고열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의 고통과 세기말 혼란스러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적 도피와 위안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산업화에만 눈이 멀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다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집단적 반성을 하고 있는 결과』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황양준기자 yj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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