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사법개혁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김대중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중립적인 인사로 사법개혁위원회를 구성해 8월말까지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개혁에 관한 대통령의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쉽지만, 법조비리 사건으로 개혁의 절박성이 부각된 직후여서 큰 관심을 갖게 한다. 새 정부출범후 사법개혁은 지난 정부보다 오히려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대통령의 지시가 난제중의 난제인 사법개혁에 힘을 쏟겠다는 뜻이라면, 「국민의 정부」다운 진정한 개혁을 이뤄내기를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정부가 구상하는 사법개혁의 방향은 법무부가 법조계 안팎의 오랜 논란을 토대로 대체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밑그림을 대법원과 협의해 구성할 사법개혁 추진위원회에 넘겨 구체적인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법조부조리 근절과 검찰 중립성 확보, 그리고 인권보장 확대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인사의 공정성 확보, 판·검사직급 조정, 사시정원 조정과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우리는 사법개혁의 요체가 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 확대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의 권리구제 우선」도 같은 맥락이다. 사법개혁추진위가 다룰 구체적 사안들은 이미 오랜 논란을 통해 그 장·단점이 충분히 드러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지루한 논란을 되풀이하는 것을 피하고 개혁이 지향하는 목표를 분명히 한 다음, 구체적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가 요란하게 사법개혁을 추진하고서도 변호사 수를 늘리기 위한 로스쿨 제도도입에 집착하다가 이해가 다른 법조직역간의 논란만 부른채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한 것도 목적의식이 분명치 않았던 때문이다.
국민이 법률서비스를 쉽게 받도록 하는 첩경은 모든 법조인이 국민 가까운 곳에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법조인 수를 늘리는 어설픈 시장논리를 따라서는 안된다. 소비자인 국민입장에 서서 변호사 수임료와 성공보수 등을 철저히 규제하고, 국선변호와 법률구조 등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법무보험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검사의 직급을 낮추는 등 법조인이 더 이상 「특권층」이 될 수 없도록 해야한다. 이번만은 사법개혁논의가 법조직역간의 이해를 절충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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