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은 영국 상원의 판결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영국 최고법원의 고심에 찬 결정이었다.영국 최고법원인 상원 7인 재판부는 24일 6대 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대해 면책특권을 불인정하기로 했다. 작년 11월의 판결 당시 3대 2라는 결정을 내렸던 데 비하면 피노체트의 유죄 혐의를 더욱 강도높게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스페인 사법당국이 주장한 30가지의 혐의를 모두 인정치 않음으로써 피노체트의 항변도 일단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날 판결이 나온 뒤 스페인 정부가 강력히 반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피노체트는 지난해 10월 척추 수술을 받기 위해 영국을 방문중 스페인 사법 당국이 고문, 대량학살 등의 혐의로 발부한 영장에 의해 런던의 한 병원에서 체포됐으나 피노체트측의 사법적 저항으로 법정 공방이 계속돼왔다.
영국 상원은 작년 11월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불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당시 5인 재판부가운데 한 명이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관계하고 있어 편견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피노체트측의 청원이 받아들여 재판부를 다시 구성, 이번에 새로운 판결을 내린 것이다.
영국 상원의 이날 판결에 따라 피노체트는 일단 전직 국가수반으로서의 면책특권을 인정받지 못해 칠레로 귀국할 수 있는 길이 막혔으나 영국 정부가 피노체트를 즉각 스페인으로 인도해 재판을 받도록 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
영국 내무부는 일단 수주일안에 인도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인도 결정을 내린다 해도 피노체트측이 이에 불복할 경우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상원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고문 피해자 등은 일제히 환호했으며 국제인권단체들은 영국 상원이 2차례나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세계인권보호를 위한 기념비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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