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성균관대 명륜캠퍼스에 나붙은 한 대자보앞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이 대자보에는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가 밝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성추행사건 경위와 이에대한 가해학생측의 사과문이 각각 실명으로 실려 있었다.대책위가 밝힌 사건경위는 이랬다. 지난달 24일부터 5일간 설악산에서 열린 새내기새로배움터(오리엔테이션) 행사에서 98학번 S군은 신입 여학생의 몸을 더듬고 강제로 입을 맞추려 했고, 91학번 L군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잠이 든 여학생의 가슴부위를 만지는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여성비하 발언을 한 학생과 언어적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학생들의 이름과 내용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었다.
대책위는 「새터 성폭력 내규」에 따라 S, L군 등 가해자들의 신원을 모두 공개한 뒤 이들에게 사과문 게재 및 성폭력 가해자 교화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에 S군 등 가해학생과 해당 학과측은 실명으로 사과문을 게재한 뒤 교화프로그램 이수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이같은 대책위의 적극적 대응에 상당수 학생들은 공감했다. 어문학부 1년 홍은설(洪銀雪·20·여)양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이상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성폭력은 감출수록 피해가 늘어나므로 공론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원공개는 너무 가혹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강력한 처벌은 당연한 조치며 그 학생은 창피해서라도 군대나 가야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한 남학생은 『단순한 언어폭력까지 물리적 성폭력으로 간주한 점과 신원공개라는 처벌방식을 택한 것은 성폭력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행사된 또다른 폭력행위』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가해학생은 이날 등교를 하지 않았다.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인지 무작정 모습을 감추려 했는 지는 알 수 없다.
/염영남기자 ynye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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