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총장이 여야 정치개혁 협상이나 자민련과의 관계 등 정치현안에 대해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는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자민련과의 「합당론」에 대한 입장도 그중의 하나다. 정총장은 24일 『공식적으로 얘기를 꺼낼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양당간에 개별적 차원에서 합당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가 『자민련내에도 일부 충청권 인사를 제외하면 생존을 위해 합쳐야 한다는 생각들이 많다』고 말한 것을 보태면 영락없는 합당론 불지피기다.
정총장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을 1대 1로 한 당론을 고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정당명부제 자체의 관철에 대해서도 『과거부터 주장해 오던 것』이라며 수위를 낮춘다.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정총장이 다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현안 해결사」역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치개혁 등의 난제들을 책임지고 풀어내겠다는 의지다.
여기에는 각종 선거에서의 승리, 야당의원 영입, 총재회담 성사 등을 통해 얻게 된 자신감도 작용했음직하다. 「비실세 총장」이라는 비아냥이나 동교동계와 자신을 가르는 구분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 눈치다.
꼭 주례보고 때가 아니어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직보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총장에겐 그러나 눈앞에 「3·30 재·보선」에서의 승리라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버티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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