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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전과 창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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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전과 창의성

입력
199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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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산업에 적합한 능력은 명문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여 성실하게 근무하는 직원에게서는 발견되기 어렵다』 한 민간경제연구소가 영화 「쉬리」의 성공에서 볼 수 있는 기업경영 측면에서의 시사점을 분석하면서 한 말이다.최근 한 대학은 1학기에 개설된 학사과정 1,610개 강좌 가운데 65개를 폐강했다고 한다. 폐강과목은 「한국종교사회의 이해」「중국문화와 전통사상」 「과학사」 「비교 교육론」등으로 인문·사회과학분야의 기초과목들이다. 반면 「일본어」 「영어회화」 「미디어 문장연습」등에는 학생들이 몰렸다.

■얼마전 실시된 한국일보 60기 견습기자 시험중 작문의 답안지를 읽어봤다. 「IMF의 원인」과 「나를 변화시킨 한 권의 책」등 두 개의 제목중 하나를 골라 쓰는 것이었다.

「IMF의 원인」에 대해서는 「모범답안」이 많았다. 재벌 문제, 경제관료들의 안이함, 최고 통치권자 및 정치권의 현실파악 능력 부족, 국제투기자금의 횡포등을 거론했다. 그런대로 문장은 매끈했고 논리도 있었지만 어디선가 많이 접했던 문장과 논리였다. 무엇보다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나를 변화시킨 한 권의 책」에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고전」은 드물었다. 대신 가벼운 읽을거리나 한때 유행했던 작품들이 많았다. 그런 책을 읽고 「이웃과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너무 안이했음을 느꼈다」고 했다. 고전에서 못느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고전을 안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세대에게 있어 고전은 더이상 고전이 아닌 것 같았다.

■창의성이 강조되고 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초는 고전이 아닐까. 기본기가 탄탄해야 묘기가 나올 수 있다. 창의성하면 거론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최근 발간한 「생각의 속도로 움직이는 비즈니스」를 보면 더욱 그같은 생각이 든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오랜 사색의 결과이고, 그 바탕은 고전이라고 하면 너무 독단적일까.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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