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밤 상계동과 의정부시 사이의 동부간선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노인 두 분이 걷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차를 세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시골에서 올라와 망우리 고개 너머 남양주시 도농동 큰아들집에 간다는 것이었다.사정을 듣고 두 분을 차에 태운 뒤 도농동으로 달렸다. 두 분은 큰아들 집이 육교 부근에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고 했으나 찾기가 어려웠다. 할 수 없이 파출소로 들어가 도움을 청했다. 계급이 높은 나이든 경관과 젊은 경관 두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든 경관은 『전화번호나 주소를 모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두 노인이 머쓱해져 나가려 하자 『진작에 나갈 일이지』라고 했다. 이 밤에 노인 두 분이 어떻게 길을 찾으라는 건지 야속하기만 했다. 『무슨 경찰관이 그러냐』는 말이 튀어나오려는데 젊은 경관이 친절하게 『이리 오세요』하더니 두 분의 주민등록증을 내놓으라고 한 뒤 여기저기 알아보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본분을 다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이날 우리는 두 부류의 사람을 모두 보았다.
박경수(가명)·「청소년세계」사진부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