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페이퍼」(길거리 잡지)가 달라지고 있다. 「문화게릴라」「대안문화의 대변자」로 불리며 신세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어 온 스트리트페이퍼가 전문화·유료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IMF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스트리트페이퍼는 신세대 계층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출판물. 94년 발간된 「인서울 매거진」이 효시다. 해외패션정보와 언더그라운드 음악정보 등 「젊은 문화」를 파격적인 기획과 편집으로 소개한 이들 잡지는 고급카페나 공연장, 패션매장 등에 무료로 배포돼 신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트리트 페이퍼는 겉표지부터 파격을 도입한다. 「버릇없는 문화잡지」라는 소제목을 붙인 「붐」의 3월호 겉표지는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그림처럼 심하게 휘어지는 자명종 소리에 시계 숫자가 튀어나오는 그래픽이다. 겉표지 바로 뒷장부터 광고가 나오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젊은층에 인기있는 전면 의류광고가 10~20페이지 펼쳐진 뒤 기사 제목이나 편집자의 글 등이 등장한다. 기사에 광고가 붙는 것이 아니라 광고속에 기사가 숨어 있다고 여겨질 정도지만 내용은 재미있다.
영화를 다룬 한 스트리트 페이퍼의 기사는 「영화기자가 일상속으로 다이빙한 날들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형식도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7일간의 일기체다. 가볼만한 음식점이나 카페, 음악, 영화, 패션 등에 대한 실속정보 모음이 뒷부분에 빠지지 않고 붙는 것도 스트리트페이퍼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한 때 20여종까지 난립했던 스트리트페이퍼는 최근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굿모닝인터넷」,「굿타임스」등 10여종이 휴·폐간, 현재 4종만이 순수한 무가지 형태로 발행되고 있다. 「붐(Boom)」 윤소윤(35)이사는 『부실한 편집과 내용으로 광고수입만을 노리던 잡지들이 광고시장 위축과 독자의 외면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MF가 교통정리를 해 준 셈이라는 것.
대표적 스트리트페이퍼인 「인서울매거진」과 「붐」등은 최근 잡지유료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 2, 3만원의 구독료를 지불하는 구독자 수를 늘려 경영난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페이퍼」와 「뭉크뭉크」는 2,000원대의 유가지로 전환했다.
전문영역을 개척해 매니아 독자층을 확보하는 것은 영화전문지「네가(NeGa)」의 생존전략이다. 조성규(趙性圭·31)실장은 『영화전문지로서 기존 잡지와 다른 눈으로 영화를 보고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고교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펴 내는 「밥(Bop)매거진」은 고교생를 타깃으로 삼은 새로운 형태의 무가잡지.
그러나 편집·기획의 차별성과 전문화·유료화를 통한 새로운 변신에도 불구하고, 고급 의류광고에 의존, 소비·상업문화 확산에 앞장선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스트리트페이퍼 관계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부유층 젊은이의 잡지로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한 스트리트페이퍼 기자는 『대안문화 소개라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진정한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