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정상을 놓고 한치의 양보가 없는 경쟁을 벌여온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최근 경쟁적으로 위성그룹을 탄생시키며 가벌(家閥)간 영토확장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계 왕중왕을 향한 그룹간 대결이 이제는 현대가(家)와 삼성가간의 집단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위성그룹 현대 6개, 삼성 5개 탄생
삼성가의 경우 23일 ㈜보광과 중앙일보를 주축으로 한 9개계열사가 떨어져 나와 매출 5,000억원대의 보광그룹을 탄생시켰다. 이로써 삼성의 위성그룹은 한솔 새한 신세계 제일제당에 이어 보광까지 5개로 늘어났다.
반면 현대가도 올들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현대해상화재보험과 금강개발을 분가시킨데 이어 현대자동차의 대부였던 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명예회장이 분가,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산업개발의 분가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 형제 및 2세간 재산분할작업의 종지부를 찍는 의미가 크다. 이로인해 현대의 위성그룹도 이들 3개 회사를 포함, 기존 한라 성우 KCC(금강고려화학그룹)등 6개로 핵분열하게 됐다. 현대가와 삼성가는 모그룹과 위성그룹간 「끌어주고, 밀어주는」 협력관계를 통해 가벌을 형성하고 있지만 분가방식과 사업구조등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현대가는 종속형, 삼성가는 수평형
현대가는 위성그룹이 모그룹과의 철저한 수직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삼성가는 수평적이면서 때론 갈등관계를 유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는 유교적 가부장제 전통에 따라 왕회장이 정인영(鄭仁永)한라그룹명예회장등 형제와 정몽구(鄭夢九)·정몽헌(鄭夢憲)그룹회장등 2세들에게 골고루 사업을 나눠주고, 위성그룹도 모그룹과 납품관계등으로 한솥밥의식을 다지고 있다. 한라와 성우등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며 공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삼성가는 분가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분가후에도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과 할인점분야에서 삼성과 신세계가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 위성그룹이 분가 당시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사세를 키우는 반면 삼성 위성그룹은 「제2의 삼성」을 꿈꾸며 모그룹 못지 않게 사업다각화경쟁을 벌이는 것도 뚜렷한 차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분가후에도 현대브랜드를 공유키로 하고, 성우리조트가 현대성우리조트로 부르고 있는 것은 현대가의 수직적 관계를 대표한다. 그러나 한솔과 제일제당등은 기업이미지통합(CI)작업등을 통해 삼성이미지를 지우며 독립경영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사업구조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가는 자동차 중공업등 중후장대형으로 모그룹과 위성그룹간에 연결점이 많다. 그러나 삼성가는 전자 정보통신 유통 등 경박단소(輕薄短小)형이 많으며, 곳곳에서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