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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호주의 자원봉사 영어교육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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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호주의 자원봉사 영어교육제도

입력
1999.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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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해외발령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처음 왔을 때 물건을 사러 가거나 아이의 학교에 상담하러 가는 일, 부동산에 가서 전구를 갈아달라고 하는 일 등 한국에서는 의식하지 못했던 일들을 「영어」로 해야 한다는 것이 큰 짐이었다. 그러나 영어가 아무리 급하다고 이제 갓 돌을 넘긴 작은 아이를 맡기고 영어를 배우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호주에는 몸이 불편하거나 아이때문에 나가기가 힘든 사람들을 위해 집에까지 와서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단체가 있었다.신청을 하면 2주후부터 자원봉사자를 집으로 보내준다. 우리집엔 교장선생님처럼 보이는 인자한 코라 할머니가 1년여동안 찾아오고 계시다. 코라 할머니가 사시는 곳에서 우리집까지는 차로 30분이 넘는 거리다. 그 먼거리를 매주 한 번씩 일분도 틀리지 않고 제때에 맞춰 오셔서 엉터리 내 영어를 열심히 듣고 가르쳐 주신다. 교재는 물론 실내화까지 준비해 오시고 강의도 빈틈이 없다.

코라 할머니처럼 직접 집을 방문하면서 영어를 가르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시드니에는 비영어권에서 이민 온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단체가 많다. 특히 교회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실이 있는데 여기 강사 대부분이 전직 교사거나 ELS교사자격증을 가진 자원봉사자이다. 이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가르치면서도 정열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유료 강사와 다를 바 없다. 그냥 배우는 사람들이 미안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이 분들중 한 할머니는 아이들 4명을 키운후 남편의 협조로 마흔이 넘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소망이었던 교사자격증을 받았다고 한다. 이 분 댁을 방문했더니 커다란 식탁위에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이며 프린트물을 쌓아놓고 다음주에 쓸 교재를 직접 준비하고 있었다. 뒤늦게 배운 컴퓨터도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안다.

이들을 보면 선진국이란 평범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그 능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붓는 데서 시작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박희연·KOTRA 호주 시드니 무역관 관원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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