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초 국방부가 군내 의문사를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한 후 『어디서 사건을 접수하느냐』는 전화를 수십통 받았다. 대답이 망설여졌다.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믿고 있는 부모들에게 다시 좌절감만 주지 않을까, 우려가 앞섰기 때문이다.하지만 천용택(千容宅)장관의 공언을 믿기로 했다. 『한점 의혹없이 조사하겠다』는 천장관은 『현정권과 관계없는 「과거정권」일인데 못 밝힐 이유가 뭐냐』고 못을 박기까지 한 터였다.
그런데 22일 국방부가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는 역시 『괜히 부모들에게 접수처를 알려줘 기대만 심어주고, 아들을 두번 죽게 했다』는 자괴감만 들게 했다.
69건의 의문사를 접수, 13건을 종결처리했다는 발표는 유족들이 축소·조작됐다고 주장한 예전 기록을 검토한 게 전부였다. 오래전 사건이라 관련자가 전역했을텐데 조사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 도대체 뭘 수사하느냐, 민·군공동조사 약속은 지켜지느냐는 질문엔 아예 답이 없었다.
앞으로 있을 최종 결과도 짐작이 간다. 「M16소총으로 앞가슴과 오른팔을 쐈는데 죽지 않자 머리를 쐈다」「스스로 목과 가슴 10여 곳을 흉기로 찔렀다』가 고작일 것이다. 『재수사를 했지만 결론은 자살』이라는 발표도 뻔하다.
「아들의 자살」을 고참병에 의한 구타사망으로 밝혀낸 후 같은 처지에 있는 어머니들을 돕는 한 어머니는 『한 통속끼리 하는 조사인데 뻔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돌렸다. 이쯤되면 국방부는 그만 나서고 곧 발족될 국가인권위원회나 국정조사에 맡기는게 낫지 않을까.
정덕상기자 jfur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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