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전기, 종이 등을 쓰는 태도를 보면 대개 그의 나이가 드러난다. 부자냐 가난하냐, 돈을 잘 쓰는 편이냐 구두쇠냐 하는 구별은 별로 상관이 없다. 극심한 물자부족을 겪으면서 내핍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속에 자란 사람들은 한평생 물자를 아껴 쓴다.휴지를 한장 뽑아서 얌전하게 반으로 잘라 쓰는 사람은 일제말기나 6.25전쟁 이후의 극심한 물자난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빈방에 전기불이 켜 있거나, 수도물이 흘러넘치거나, 젊은이들이 휴지를 여러장 팍팍 뽑아쓰는 것을 그들은 참지 못한다. 돈을 쓸수는 있어도 휴지를 여러장 쓰지는 못한다.
70년대이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우리는 경쟁적으로 소비하며 살아왔다. 턱뼈가 아프도록 고기를 먹고, 너도나도 자동차를 몰고, 유행지난 옷은 버리고, 세계의 사치품을 사들이느라고 외화를 펑펑 썼다. 그러다가 국가경제가 바닥이 나고, IMF체제로 들어가는 수모와 고통을 당하게 됐다. IMF체제를 자연의 낭비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더욱 공포를 느끼게 된다. 외환위기는 IMF구제금융으로 넘겼지만, 물의 부족이나 오염같은 자연의 위기는 누구의 도움으로 넘길 것인가.
동강에 댐을 건설하느냐, 강을 보존하느냐는 문제로 지금 온나라가 시끄럽다. 댐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건교부는 몇년안에 물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를것이라고 전망하고, 댐건설에는 10년정도가 걸리므로 결정을 미룰수 없다고 주장한다. 댐건설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은 건교부의 물부족 예측이 과장되었다고 말하고, 물의 낭비를 막는 적극적인 수요관리 정책을 펴나가면 댐을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 동강의 빼어난 경치와 풍부한 생태계, 문화적 가치를 수몰시켜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까지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으므로 국민으로서는 어느쪽이 타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물이 새나가는 낡은 배수관 문제만 하더라도 건교부는 현재 15.3% 정도인 누수율을 선진국 수준인 10%로 낮추려면 배수관 교체에 4~8조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환경운동단체들은 누수율이 실제로는 30%선이나 되며 배수관 교체비는 1조원이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노후한 배수관을 교체할 경우 연간 3억톤(건교부)~5억톤(환경운동연합)의 물이 절약된다고 그들은 보고 있다.
개발이냐 환경보호냐는 논란에서 이처럼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에는 일단 개발을 보류하는 것이 옳다. 또 환경문제가 걸려있는 결정을 효용성이나 경제성 위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돈으로 되살릴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경보호론자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면 어떤 개발도 불가능해진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밀린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타협점을 찾으려고 애써야 한다. 환경운동가들에게 밀렸다고 해도 불명예스러울 것은 없다.
동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자연에 대한 외경심 회복과 물절약운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쓰레기 줄이기 등으로 자연보호를 생활화하고 있다. 아직도 유원지등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절망적인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통해서 얻은 우리의 환경의식과 실천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정부와 시민운동 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물절약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친다면 큰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다.
소유와 소비의 절제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후손에게 댐을 물려줄게 아니라 물 한방울도 아껴쓰는 자연에대한 외경심을 물려줘야 한다. 수요를 따라가는 공급위주의 물정책을 수요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낡은 수도관 교체, 절수설비 보급, 한번 쓴 물을 다시 사용하는 중수도시설 확대, 수도값 현실화등 모든 수단을 다해서 절수정책을 밀고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동강이 어디로 달아나지는 않는다. 개발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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