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투표를 안하면 벌금을 물리는 등의 벌칙을 가하고 있다. 현재 20여개국이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기권도 의사표시의 하나인데 벌금 등의 제재는 지나치다는 비판도 강하지만 이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늘어나고 있다.■그리스는 기권하면 벌금 대신 일정기간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벌칙을 가하고 있다. 벨기에는 벌금을 물리는데, 기권을 하면 할 수록 벌금이 늘어난다. 15년동안 4번 기권하면 10년간 선거인명부에서 말소되고 공직에도 취임할 수 없게 된다. 국민으로서 중요한 권리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이집트도 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와 달리 남자만이 그 대상이 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벌금 및 벌칙제를 채택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것은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90%를 선두로 대부분의 나라가 80% 넘는 높은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평균 투표율 60%를 훨씬 상회한다. 이같은 의무투표제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투표율이 20%선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막는 특효약인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중앙선관위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의 하나로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에 불참하면 5,000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오죽 낮으면 이같은 안을 내놓을까. 정쟁을 일삼는 정계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선거를 외면한 국민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5,000원 과태료안의 타당여부를 떠나서 국민들이 선거를 외면할수록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병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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