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수출업체 「나인벨상사」 홍경수(37)사장은 92년 싱가포르의 한 바이어에게서 넥타이 80장을 주문 받았다.장당 1만원이 조금 안됐으니 기껏해야 80만원 어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선적예정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홍사장은 바이어에게 납기를 1주일 연장해 주도록 사정해야 했다. 하청을 맡겼던 넥타이의 색감이 아주 미세하지만 주문내용과 차이가 있었던 것. 『날짜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사전에 알려줘서 고맙다. 특히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 데 감사한다』 이 바이어는 지금까지도 나인벨상사만을 찾는 단골고객이 됐다.
『당장은 소량 주문이더라도 최선을 다해 일하면 바이어들은 절대로 다른 업체를 기웃거리지 않습니다. 신뢰만 심어준다면 100장이 1,000장이 되고 또 1만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홍사장의 성실한 태도에 감동받은 바이어들 사이에 「나인벨상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나인벨상사 홍사장의 「성공담」은 그렇게 시작한다.
넥타이만 전문적으로 수출하는 나인벨상사는 89년 설립 이래 해마다 30~50%의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지난 해 국제통화기금(IMF)불황에도 500만달러 이상을 수출했고 올해는 800만달러의 수출을 꿈꾼다. 25명의 직원이 꾸려가는 업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나인벨상사가 IMF파고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던 데는 「신용」외에도 시장다변화 전략이 한 몫을 했다. 일본, 호주, 싱가포르, 남아공은 물론 「패션 일번지」 이탈리아까지 모두 10여개국 20여곳과 거래를 트고 있다. 『특정지역의 경기가 침체돼 수출이 부진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은 지역의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홍사장의 「수출 포트폴리오(분산투자)」가 효과를 본 것. 자동화 설비를 통한 빠른 일처리도 나인벨상사의 자랑거리다. 수익의 상당부분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덕분에 서울 오금동에 자리잡은 200여평 규모의 공장에는 컴퓨터디자인 시스템과 출력기, 자동봉제기등 첨단설비가 즐비하다.
홍사장은 조부와 부친에 이어 3대째 섬유업에 종사하고 있다. 부친 홍종구(洪鍾九)씨는 실크직물업을 하면서 70년대 수출부문에서 7년 연속 대통령 표창을 받은 섬유수출맨이었다. 『3년여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7살의 나이에 「젊은 패기」하나만으로 창업을 한 것도 집안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일 겁니다』
홍사장이 올해안에 꼭 이뤄내고 싶은 것은 자체브랜드를 개발해 수출하는 것. 그는 『이탈리아나 프랑스등에 밀려 우리나라 고유 브랜드 넥타이가 세계 유명백화점에 판매되지 못하는 현실을 늘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며 『새로운 바이어를 개척하기 보다 현재 고객에게 충실하겠다는 생각으로 직원들과 함께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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