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파는 양반은 진짜 양반이 아니야』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극단 원(대표 이경원) 사무실은 요즘 오후 3시만 되면 문인들이 모여 내뿜는 열기로 가득찬다. 황금찬, 김종해, 이근배, 정연희, 문정희, 양귀자, 은희경… 등등, 문단의 어른과 신진들 20여명이 준비 중인 문인극 「양반전」 연습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극단 원의 창단기념공연으로 4월 2·3일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4차례 열리며 수익금 전액은 결식아동돕기 기금으로 기탁될 예정.
「양반전」은 96년 문학의 해에 열렸던 기념문인극 「어미새 둥지」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문인들의 연극 한마당이다. 지면으로만 만났던 독자들과 문인들이 직접 무대와 객석에서 울고 웃으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은 물론, 문인들이 한 가족으로서의 유대를 확인할 수 있는 드문 마당이 바로 문인극이다. 56년 처음 공연된 「살구꽃 필 때」 이후 우리 문인극이 열린 것은 여섯 차례. 김동리 황순원 최정희 정현종 김지하 최인호씨 등 한국문단의 얼굴들이 한번씩은 문인극 무대를 거쳐갔다.
이번 공연작 「양반전」은 연암 박지원의 원작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착복과 수탈로 옥살이할 위기에 처한 양반 목사또는 천민이지만 장사를 해 돈을 번 천가에게 양반직위를 팔려 한다. 천가는 책방에게서 양반으로서의 갖은 법도를 배우지만, 양반의 진짜 소양이 자신이 아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매매를 거절하고 사라진다는 것이 줄거리. 소설가 김국태씨가 연출 겸 양반 역을 맡고, 소설가 정연희씨가 양반의 처, 시인 문정희씨가 양반의 애첩 춘정, 희곡작가 하지찬씨가 천가 역을 맡는다. 양귀자 은희경씨 등은 단역으로 출연. 당초 책방 역은 소설가 유현종씨가 맡았는데, 그는 연습 도중 과로로 쓰러져 입원하고 말았다. 연습장은 연습의 열기에다 오랜만에 만난 문인들의 화기애애한 모습, 재담과 익살로 활기가 넘친다.
연출자 김국태씨는 『문인극은 프로 연극이라기보다 문인 특유의 시대와 사회를 풍자하는 비판정신을 보여주는 살풀이로서의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72년 한국일보사 강당에서 열린 「양반전」첫 공연에서 책방 역으로 출연했던 소설가 최인호씨는 마침 연습장에 들러 음료수를 돌리며 『문인극은 범문단적 축제』라고 격려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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