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삼성과 쌍방울이 힘을 겨룬 대구구장. 쌍방울의 김성근감독은 경기전 직접 찾아와 인사를 한 뒤 삼성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김기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려운 구단 형편탓에 마운드의 축을 이루었던 김현욱과 함께 삼성에 팔려간(?) 쌍방울의 간판타자 출신.『지난 2년간 최약체로 평가받으면서도 선전한 바탕에는 기태와 같은 중심이 있었기때문입니다』 김감독은 그저『막막하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자 김감독에게서 이같은 무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0-1로 뒤지던 5회초. 38세의 노장 김성래의 좌전안타에 이어 최태원이 볼넷을 얻어 만든 쌍방울의 무사 1,2루 찬스. 쌍방울이 올해 유일하게 뽑은 신인 이진영이 타석에 들어섰으나 번트사인을 놓친 듯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보냈다. 여기서 김감독은 이진영을 지체없이 윤재국으로 교체했다. 윤재국은 우전적시타를 작렬, 간단하게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 한방에 4회까지 삼진 6개를 잡으며 호투하던 삼성 선발 김진웅은 페이스를 잃고 폭투에다 연속 볼넷까지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감독은 이정도로 물러나지 않았다. 매니저에서 올해 선수로 복귀한 이연수까지 대타로 내세우는 등 총력전을 폈다. 5회에서만 4득점. 분위기를 완전히 돌려 버렸다. 김감독의 승부근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김감독의 승부사적 기질과 「한번 해보자」며 똘똘 뭉친 쌍방울 선수들의 응집력은 「올시즌 쌍방울이 절대 꼴찌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프로야구계의 떠도는 말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대구=김삼우기자 sam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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