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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읽기] '말' 잘 알아들어야 말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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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읽기] '말' 잘 알아들어야 말탄다

입력
1999.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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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맨손으로 증권투자를 시작, 지금은 증권사 사주가 된 K씨는 『정부 주요인사들이 나오는 강연이나 토론회는 최대한 직접 쫓아다녔다』고 회고했다. 한다리 건너 들어서는 놓치기 쉬운 미묘한 언어의 숨은 뜻을 파악, 금리나 환율의 움직임을 예측함으로써 투자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가 입지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증권투자에서 레토릭(수사학)이 갖는 중요성을 파악한 것이 큰 힘이 됐을 것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한때 10,000포인트를 돌파하는 활황을 보이고 있는 지금도 세계의 투자자들은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그가 어떤 말을 내던지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시장이 방향을 튼다는 것을 숱하게 경험해왔기 때문이다.유력인사들의 수사학 못지 않게 투자자들이 신경써야 할 것은 증시 내부의 수사학이다. 어느 집단이든 외부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자기들만의 언어, 즉 「변말」이라는게 있다. 증시는 가장 대중적인 투자처이면서도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곳이다. 이 때문에 어렵게 돌려 말함으로써 「전문가」임을 과시하면서 빠져나갈 구멍도 확보하는 기술이 특히 발달해 있다. 지난주 주가지수가 600을 넘어섰다가 다시 하락하자 증시전문가들은 『박스권 움직임에 대비, 현금보유비중을 늘린뒤 긍정적 시황관에 기초한 저점매수전략을 채택하라』는 식의 알쏭달쏭한 말을 하고 있다. 「박스권움직임」이란 주가가 당분간 큰폭으로 오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고, 「현금보유비중을 늘리라」는 것은 주식을 팔라는 뜻이다. 「긍정적 시황관을 유지하라」는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표현이다. 「저점매수」란 낮은 호가로 조심스럽게 주식을 사라는 것이지만 결국은 「쌀 때 사라」는 「공자님 말씀」이다. 또 자주 쓰는 말 가운데 「기술적 반등」이란 『주가가 최근 많이 떨어졌으니 「반짝」하긴 할 것이지만 흥분은 금물이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말귀를 알아듣는 연습을 부지런히 해야 시장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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