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 신한은행 서울 삼성동지점 3층 VIP멤버스클럽. 원형 로비에는 대리석 바닥에 고급 카페트가 깔려있고, 널찍한 소파가 놓여 있다. 한쪽에는 증권단말기가 있고, 대형TV에선 유명프로골퍼의 레슨장면이 나온다. 퍼팅연습장에선 한 고객이 3m 거리의 퍼팅연습을 하고 있다.5명으로 이루어진 전담직원은 「거액의 전주(錢主)」가 로비에 들어오면 4개의 밀실 중 한 곳(5평규모)으로 안내, 예금입출금·환전등의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해 준다. 손님들이 번호판을 들고 기다리는 1층의 복잡한 일반객장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1억원이상 고액 예금주들만 별도의 문으로 드나드는 VIP전용룸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 VIP멤버스클럽 최재열(崔宰烈)실장은 『VIP고객들에게 예금입출금을 비롯한 종합재산관리와 세무·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다』며 『재무담당 비서역할이 주업무』라고 말했다.
부자고객을 황제처럼 떠받드는 「귀족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백화점, 가전 및 자동차업계, 은행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무풍지대에 있는 고소득층의 소비심리에 불을 지펴 돈을 끌어내는 묘안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귀족마케팅은 외국은행의 잇단 진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은행가에서 가장 치열하다. 은행마다 연간 1억원 이상 예금을 하는 「알부자」들을 겨냥한 「프라이빗뱅킹(PB)센터」(일명 VIP룸)를 경쟁적으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VIP멤버스클럽, 하나은행의 하나VIP클럽, 국민은행의 프레스티지클럽, 씨티은행의 씨티골드센터등이 대표적이다. VIP고객들에게는 예금입출금의 원스톱서비스는 기본이고, 재산상속등 세무상담, 부동산 및 주식투자등 재테크강연, 각종 이벤트행사등을 열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후발은행인 하나은행은 공연티켓증정, 골프클리닉, 모피손질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고가의 가스오븐렌지 「쁘레오」를 구입한 고객 집에 요리사 자격증을 가진 쿠킹도우미를 파견, 요리를 실연해주는 파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3일 홍제동 현대 그린아파트 101동 404호. LG전자의 「쿠킹도우미」 김정희(金貞姬)씨는 80만원대 쁘레오를 구입한 주부 김경옥(金京玉)씨에게 3시간동안 케익 함박스테이크 오징어 불고기요리등을 만들어 보였다. 쁘레오를 산 고객들은 서울역앞 LG빌딩 쿠킹도우미 상황실의 클로버서비스(080-023-2255)로 연락하면 정해진 날짜에 쿠킹도우미에게서 무료 요리강습을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쿠킹도우미가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쁘레오의 가스오븐렌지 시장점유율이 출시 첫해인 지난 해 9%에서 올 해 30%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에선 롯데와 갤러리아백화점이 부자고객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는 연간 1,000만원을 구입하는 VIP회원을 위해 서울 을지로 본점 4층과 잠실점 4층에 최고급 수입의류 및 국내 유명디자이너 브랜드, 모피등으로 꾸며진 명품관을 운영하고 있다. 본점 명품관 김세완(金世浣)팀장은 『VIP회원들은 쇼핑이 취미인 부유층』이라며 『한벌에 400만원하는 미쏘니 니트와 350만원대의 에스까다 여성정장등을 주저없이 구입하는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라고 전했다. 갤러리아도 최고급호텔등에서 주기적으로 선택된 VIP회원만을 위한 초대전을 열어 짭짤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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