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절단기술로 「물칼」이란 게 있다. 미세한 구멍으로 초고압의 물을 쏘아 쇠를 절단하는 기술로, 산소절단기나 레이저절단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더 효과적이고 절단면도 섬세해 많은 분야에서 사용된다고 한다.일찍이 노자(老子)는 물의 성질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삶의 지표로 삼을 것을 주장했다. 노자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하여 물 흐르듯 하는 삶을 권유했다. 물 흐르듯이 살아간다는 것은 곧 부드러운 삶이다. 이 세상에 물처럼 부드럽고 약한 게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기는 데는 물만큼 강한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나아가 노자는 강한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부드러운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봤다.
노자의 부드러움에 대한 철학은 골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구력이 짧은 골퍼일수록 온갖 상황의 악조건과 맞닥뜨리는 골프장에서 쇠처럼, 바위처럼 강하고 격하게 부딪히고 대든다. 장애물을 만나도 거기에 순응하려 들지 않고 무모하게 이기려 든다.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돌아갈 줄 모르고 정면돌파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자세가 간혹 기대 밖의 결과를 가져다줄 때도 없지 않지만 대게는 실패를 안겨주기 마련이다.
골프장에 나와 마음속으로 전의를 다지며 도전욕에 불타는 골퍼는 골프라는 게임 자체를 나와의 조화를 통해 고도의 즐거움을 찾는 운동으로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 골프를 도전하고 극복하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즉 골프의 모든 것을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구력이 한해 한해 늘어가고 골프의 이치를 깨달아갈수록 적대감은 줄어들고 그 자리엔 조화와 평정이 자리잡아간다. 물론 모든 동작은 보다 부드러워지고 간결해져 무리가 없어진다. 핸디캡이 낮은 골퍼일수록, 구력이 오랜 골퍼일수록 샷이 부드럽고 코스공략에도 무리나 억지가 없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골프채를 잡으면서 평생을 「힘을 빼라」는 화두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골프라는 운동의 요체가 바로 부드러움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골프에서도 부드러운 스윙, 부드러운 동작, 부드러운 마음이 힘찬 스윙, 과격한 동작, 격한 마음을 이긴다. 이것을 터득하면 골프장에서 그렇게 가슴을 태우는 분노와 좌절과 갈등을 맛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샷과 온갖 상황에 물처럼 자연스럽게 조화하는 마음은 골퍼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 방민준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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