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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서복선 국선도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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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서복선 국선도 법사

입력
1999.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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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 노인도 젊게 살 수 있다.봄 치고는 제법 쌀쌀한 19일 오후 남산. 돌벽을 마주한 서복선(72·서울 용산구 남영동 81)씨가 가뿐하게 물구나무를 선다. 물구나무를 선 채 결가부좌를 틀기도 한다. 다시 자리에 앉은 서씨는 양 다리를 180도로 펼치고 팔을 뻗어 발을 잡는다. 20대 곡예사에게서나 볼 수 있는 날렵한 동작이다.

서씨는 단전호흡을 중심으로 민족 고유의 심신수련법을 가르치는 국선도의 유일한 여성법사. 국선도에는 법사가 14명 있는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생존자를 밝혀낸 목포대 이경택교수도 법사이다. 국선도는 수련햇수에 따라 사범(5년) 연사(10년) 법사(15년) 선사(20년)의 단계가 있다. 서씨가 법사가 되던 97년만 해도 법사는 서씨를 포함, 단 7명이었다. 선사는 원로 3명뿐.

햇수만 채운다고 법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련을 통과해야 한다. 20초동안 30회 배운동을 하고 2~3분 숨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또 못을 수백개 박은 판에 올라앉아 각목을 머리로 받아 단번에 부러지게 해야 한다. 이 정도는 약과. 배 위에 20kg정도의 바윗돌 세개를 놓은 뒤 정사(최고 지도자)가 쇠망치로 후려치는 것도 견뎌내야 한다. 서씨는 97년 동학산에서 이 과정을 모두 통과했다. 실은 그 때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사건이 터졌다. 당시 70세인 서씨가 생리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워낙 혹독한 수련이라 정신없이 과정을 좇던 그는 하얀 도복이 붉게 젖은 것도 몰랐다고 한다. 옆에 있던 여성회원이 잡아 끌어 뒤늦게 알게 된 서씨는 민망하기 짝이 없었지만 남자들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단전호흡이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70 먹은 할머니에게 수태능력을 보존해 줄 정도로 확실한 지는 처음 확인했기 때문. 서씨는 지난 해 2월에야 폐경이 되었다. 그때까지 시력도 1.0, 안경이라는 것을 몰랐다.

서씨가 국선도를 익힌 것은 74년. 한국전쟁때 경찰이던 남편과 생이별한 뒤 길거리 좌판에서 껌장사, 담배장사로 시작, 제법 재산을 모은 때였다. 남영동에 다방이 있는 건물을 샀는데 이웃한 국선도 도장의 회원들이 다방을 즐겨 찾았다. 그때 김성환 정사에게 『이렇게 좋은 운동이 없으니 하루도 빼지 말고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고 시작했다. 그는 새벽 다섯시 반이면 잠을 깬다. 하루 시작이 수련이다. 잠드는 시간은 자정 무렵. 밥은 오후 한 시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저녁도 친구들이 찾아와서 먹자는 날이나 먹는다. 『단전에 힘이 모이면 생기가 차서 배 고픈 줄 몰라』.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의 손 팔 다리만큼은 돌덩이처럼 단단해서 건강을 실감한다. 집 아래에 도장을 두고 동네 노인과 원호 유가족 등에게도 가르쳐본 서씨는 『몸 건강한 것이 돈 수천만원보다 좋은 것임을 사람들이 너무 모른다』고 안타까워한다.

서씨는 회장을 맡고 있는 로타리클럽이 학비를 지원하는 이강실업학교 학생들에게도 이 좋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요즘 학교에 도장시설을 준비중이다. 서화숙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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