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의 온기(溫氣)가 법원과 검찰에도 스며들고 있다. 금강산 관광으로 국민들의 북한주민 접촉이 잦아지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남북한 관계와 대(對) 북한 포용정책에 따른 인식변화 등이 법원 판결과 검찰의 공안사건 처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21일 법원에 따르면 국가보안법(국보법)위반사범 재판에서 법해석을 엄격히 하고 형량 선고도 이전보다 관대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9단독은 19일 채권자를 피해 해외로 달아난 뒤 밀입북을 시도하다 우리 공관원에게 적발돼 자수한 김모(48)씨와 이모(40·여)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월과 10월, 집행유예 3년과 2년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김씨 등에게 국보법상 잠입·탈출죄가 적용된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상당히 관대한 판결을 한 셈이다. 재판부는 『경제적으로 막다른 곳에 몰린 김씨 등이 우발적으로 입북을 시도하고 순순히 귀국한 점을 참작, 선처한다』고 밝혔다.
엄격한 법해석으로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17일 수원지역 대학생 연합노래패인 「천리마노래단」에서 활동하다 구속기소된 김모(27)씨의 항소심에서 이적단체 찬양·고무죄만 인정하고 이적단체구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주의 혁명을 부추기는 이적성을 띤 것만으로 이적단체라고 볼 순 없다』며 『이적단체구성죄를 적용하려면 상하관계를 규율하는 조직지휘체계까지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월 사회주의 혁명론에 근거해 동성애를 다룬 책을 판매, 국보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구속기소된 C출판사 대표 홍모(28)씨에 대한 재판에서도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이보다 수위가 훨씬 낮은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이같은 판결에는 최근 국보법상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죄 개정 움직임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국보법 위반 사범에 대한 기소율도 국민의 정부 출범전에 비해 뚝 떨어졌다.
대검에 따르면 97년과 국민의 정부 출범후인 98년 국보법위반사범은 각각 1,032명과 920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나 기소율은 76%(784명)에서 58.6%(493명)로 대폭 낮아졌다. 반면 기소유예 처분은 97년 6.8%(70명)에서 29.2%(269명)로 큰 폭으로 늘었다.
검찰 관계자는 『달라진 현실 만큼 공안사건에서 법원이나 검찰 대응이 탄력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법 이모판사는 『국보법 위반사범이 반성의 의사를 명백히 하고 사안자체가 국가안보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판결 추세』라고 밝혔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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