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미국 정치사에 작지만 주목할만한 현상이 하나 기록됐다. 2000년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스티브 포브스가 인터넷을 통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연고지에 지지자들을 모아놓은 대중집회의 형식을 빌려 출마의사를 밝힌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포브스는 자신의 연설모습과 목소리를 담은 비디오 자료를 웹사이트에 띄우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것이 정보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형식의 캠페인』이라고 말하는 포브스는 사이버 공간에서 네티즌을 상대로 출마의사를 밝힌 최초의 정치인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사이버 캠페인」은 포브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미 2000년 대선의 한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보 부통령」의 별명이 붙은 앨 고어 부통령을 제외한 11명의 각당 후보는 벌써 「사이버 선거운동본부」를 설치했다. 이들 후보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출마의 변과 각종 정책이슈에 대한 입장 등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자원봉사자의 모집과 활동, 인터넷 상거래기술을 이용한 정치헌금, 기념품 팸플릿판매 등 완벽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던 시절에서 라디오와 TV로 선거캠페인의 중심이 옮겨지더니 이제는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캘리포니아주 보터재단의 킴 알렉산더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50%의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사이버 캠페인이 백악관으로 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통계조사기관 PEW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96년 대선당시 미국 성인의 14% 가량만이 온라인에 접속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40%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96년 대선에서 9명의 공화당 후보 가운데 6명만 웹사이트를 설치했었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완연히 다르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돼 관심을 모았던 프로레슬러 출신의 제시 벤추라도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3,000명의 「사이버 선거운동원」의 열광적인 활동에 큰 힘을 얻은바 있다.
투자자들을 위한 정책조사기관인 워싱턴 익스체인지의 에탄 시걸같은 보수주의자들은 아직도 『경제도 실물이 우선인 것처럼 정치도 부지런히 유권자들의 손을 잡는 실물정치가 더 중요하다』며 이런 현상을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불과 4년만에 이같은 변화가 온 것을 생각하면 네티즌의 비율이 70~80%를 넘어설 2004년의 대통령 선거는 완전히 딴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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