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도 없고 극장도 흔치 않던 시절, 사람들은 해가 질 무렵이면 일손을 놓고 집집마다 연결된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 마을 이장집에서 틀면 스피커를 통해 구수한 음성으로 흘러나오던 라디오드라마는 그 시대 사람들의 유일한 오락거리였다.아련한 추억이 담긴 라디오드라마가 성우들의 노력으로 인터넷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각 방송국에서, 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40여명의 성우들이 모여서 지난달 인터넷에 개국한 「옛날방송국」 (www.radiodrama.net)은 라디오드라마를 전문적으로 내보낸다.
이곳은 실제 라디오처럼 음성으로 녹음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듣고 싶은 프로가 있으면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맞추는 대신 원하는 프로그램을 마우스로 눌러주면 된다. 첨단 디지털방송장비를 이용해 방송하기 때문에 56Kbps급 모뎀을 통해 들으면 FM라디오수준의 선명한 음질을 들을 수 있다.
이 방송국의 오세홍(吳世弘·48) 방송국장은 『라디오를 듣던 구세대에게는 향수를, 라디오드라마를 들어보지 못한 신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주기 위해 인터넷방송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신,구세대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문학성있는 작품들을 추려 단막극으로 만든 「인터넷극장」, 국내 유명만화가들의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애니메이션을 듣는다」, 인기 TV외화인 「X파일」을 풍자한 「패러디극장」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80년대 유명DJ였던 이선영씨가 정감있는 목소리로 진행하던 라디오프로를 고스란히 인터넷에 옮겨놓은 「이선영의 FM영화음악실」은 30대와 신세대영화광들의 애청프로로 꼽히고 있다.
청취자들의 반응은 매일 수천건의 접속횟수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이다. 인기비결은 기존 방송과 달리 사람들의 생활을 그대로 나타내는 은어, 비어 등이 섞인 걸쭉한 입담이다. 청취자들의 높은 반응에 힘입어 올 6월과 12월에는 청취자가 성우로 참여하는 인터넷라디오드라마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방송제작에 필요한 돈이다. 무료로 운영하다보니 별다른 수입이 있을 리 없다. 성우들도 모두 자원봉사차원에서 출연하고 있다.
오국장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원자를 모집하고 인터넷광고, 라디오드라마를 담은 CD롬 제작등을 검토중』이라며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내년부터는 프로듀서, 기자를 선발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종합방송사를 만드는게 꿈』이라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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