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凡父) 삼천지교(三遷之敎)」. 한 평범한 아버지가 자식교육을 위해 집을 세번이나 옮겼다. 도회지에서 자란 솔, 빛, 별 세 딸은 지금 제주도의 한적한 어촌마을에서 전혀 색다른 신학기를 맞고 있다.조영호(趙英浩·43·한국유선방송협회 사무홍보국장)씨네 가족은 1월말 제주 북제주군 애월읍 애월리로 이사했다. 40여평에 전세 3,500만원짜리 단독주택이 보금자리다. 예솔(11)과 쌍둥이 자매인 한빛(10), 한별(10)이는 신학기부터 애월초등학교 5학년과 4학년이 됐다. 한 학년에 30여명의 한 한급만 있는 아담한 시골학교다. 예솔이는 『집에서 개도 키울 수 있고 서울에서 못하던 놀이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솔빛별」가족이 제주도로 둥지를 옮긴 것은 조씨의 결단이었다. 『뭐든지 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이 도회지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몇 배 나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불편함은 있지만 얘들과 가족의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조씨는 「주말 아빠」다. 평일에는 직장 근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산다. 전에 살던 분당에서 여의도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교통비와 주말 제주도 왕복 항공료가 비슷하다는 점도 제주도행을 굳히게 했다.
제주도는 솔빛별에게 세번째 학습장이다. 경기 과천에 살던 솔빛별은 97년 8월부터 11개월동안 미국 캐나다 과테말라등 북중미를 비롯, 유럽과 아프리카등 20여개국을 일주했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좀 더 빨리 보여주고 싶었던 조씨의 교육열이 감행한 모험이었다. 수천만원의 세계여행 경비는 14년간 몸담았던 직장 퇴직금과 전세금 일부를 털어 마련했다.
세계를 돌아본 솔빛별 가족은 경기 분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6개월만에 조씨의 욕심이 커졌다. 수도권 일대 전원주택을 물색했으나 값이 비싼데다 제주도에 매료돼 있던 터라 남도의 섬으로 「세번째 교육여행」을 떠났다. 솔빛별 가족은 맏이 예솔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앞으로 2년동안 제주도에 머물 계획이다.
윤순환기자 sh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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