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닥따닥」장작 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검댕 아궁이에 듬직한 가마솥이 걸린 부뚜막. 그 곁엔 물기가 촉촉한 나무주걱이며 도마며, 막사발과 뚝배기, 주발과 대접…등 갖가지 부엌 세간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요리연출가 강홍준(55)씨는 궁리 끝에 몇몇 물건들을 골라 카메라 앞으로 하나둘씩 옮겨놓는다. 1시간여 재배치 작업끝에 완성된 세팅은 눈에 익은 우리네 전통 찬방. 생명을 되찾은 찬방을 배경으로 강씨는 출시를 앞둔 모 식품회사의 신제품 만두를 멋지게 카메라에 담는다.푸드스타일리스트가 뜬다
강씨는 TV나 인쇄매체, 팜플릿 등에 등장하는 각종 식품광고와 요리사진을 연출하는 총감독. 사진으로 표현되는 모든 음식에 아름다움과 멋, 생기를 불어넣는 일을 한다. 이름하여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 강씨처럼 독립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사람들은 현재 10명 안팎. 아직은 이름도 생소하지만 외식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인기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강씨는 이렇다할 직함조차 없던 80년대 초부터 여성잡지 등에 요리사진 연출을 시작한 「1세대」. 제일제당 사외보 표지사진(85년 창간호∼현재)과 쇠고기 다시다, 해찬들 광고사진 등이 그의 대표작. 주로 우리 고유의 부엌문화와 전통음식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온 강씨는 「음식 사진 한장에 단편소설 한권」을 담는다는 각오로 일한다. 『음식이 탄생하게 된 문화적 배경과 정성껏 맛을 내는 조리과정, 냄새가 나고 끓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의 생생함이 사진 한장에 모자람없이 표현돼야 합니다』.
색의 마술사
서울 서초구 반포동 「조은정 식공간연구소(C.F.C.I)」. 노랑 초록 하늘색이 어우러진 화사한 내부 장식에 형형색색의 식기들이 눈길을 끄는 분위기가 매우 색다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으로 일본 도쿄(東京)서 8년간 푸드스타일링과 테이블세팅을 공부하고 돌아온 조은정(47)씨의 주제어는 「꽃」과 「색채」. 각종 단행본 요리사진을 비롯, 켄터키 프라이드치킨(KFC), 한샘부엌가구, 롯데햄 등의 TV CF와 홍보사진을 연출한 그는 계절꽃으로 요리의 시각적 효과를 잘 나타내는 「색의 마술사」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트릭으로 식탁에 멋을 내고 요리에 치장을 하는 정도로 푸드 스타일링을 이해해선 곤란하다』는 그는 『시각 하나로 오감(五感)을 전달할 수 있는 정교함과 무한한 창의력, 세밀한 색채감각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차세대 주자
톡톡 튀는 신세대의 스타일은 어떨까.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해 2월 푸드 스타일리스트 대열에 합류한 조민아(29)씨는 「자유분방한 요리연출」로 개성을 살리고 싶어한다. 조씨는 요리연출을 「업으로 삼기 위해」대학졸업후 3년간 다니던 직장(웨스틴조선호텔 홍보실)도 박차고 나온 당찬 신세대. 『음식은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싶습니다. 나뭇가지나 나뭇잎, 기왓장이나 타일, 쿠킹호일 등 어떤 소재도 음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그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겉은 화려해보일지 몰라도 요리를 손수 준비하고 모양새를 내 연출하고, 설거지에 뒤치다꺼리를 하기까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실토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