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반도체의 대규모사업교환(빅딜)이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대우그룹(자동차)과 현대·LG그룹(반도체)간 빅딜협상이 약속시한을 넘긴 채 이달들어 사실상 실무협상조차 중단된 상태이다. 더욱이 6대그룹이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마저 지지부진, 기업개혁이 총체적 난관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자율만 강조할 뿐 이렇다할 대응책없이 손을 놓고 있다.18일 금융감독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최근 5대그룹 최고경영층과 개별적으로 만나 빅딜을 조속히 가시화할 것을 촉구했으나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대우그룹간 자동차빅딜의 경우 지난해 「12월7일 정부·재계 간담회」에서 약속한 원칙에 따라 2월15일까지 협상안을 도출키로 했다. 그러나 약속시한을 한달이상 넘기고서도 이달들어 협상조차 중단했다가 17일 협상을 재개했으나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
현대·LG그룹간 반도체빅딜도 협상시한(3월7일)을 지나 공전(空轉)만 거듭하고 있다. 두 그룹 실무자들은 이달초까지 수시로 접촉, 인수조건들을 협의했으나 최대쟁점인 인수가격(3조원차이)에 대해서는 총수들의 결단에 맏긴 채 협상을 중단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심지어 『정부가 인수가격을 정해주면 따르겠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는가 하면 『자산재평가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출 수 없다』며 「12·7합의」의 골격마저 위협하고 있다. 5대그룹은 12월15일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협약을 체결하면서 자산재평가없이 부채비율을 200%까지 낮추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금감위는 「자율해결」만 강조하면서 속수무책이다. 「12·7합의」대로라면 약정 이행을 지연하거나 위배할 경우 즉각적으로 경영권 이양등 강력한 (강제)구조조정을 추진하거나 채권보전조치(여신회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5대재벌에 대해 여신회수등 강공을 취할 경우 어렵게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빅딜의 당사자인 5대그룹 채권은행들도 「구경꾼」일 뿐 제 역할을 포기한 상태이다. 채권은행단 관계자는 『5대그룹에 대해서는 사소한 자료 하나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6대그룹이하의 워크아웃도 올들어 신규 선정작업이 중단된 상태이다. 지난해 12월30일까지 38개그룹 83개 기업(6~64대그룹중 15개그룹 39개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올들어서는 한 건도 신청이 없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6~64대그룹중 10~15개 그룹은 워크아웃을 하지않고서는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데도 워크아웃을 회피, 호미로 막을 부실을 가래로도 못막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된 상태에서 하반기부터 총선국면에 접어들 경우 기업개혁은 사실상 물건너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운찬(鄭雲燦)서울대교수는 이와관련, 『정부가 기업개혁을 시장자율에 맞긴다는 것은 개혁을 하지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총선국면에 접어들면 돌이킬 수 없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기업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은행부실이 다시 확대돼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은 금융구조조정조차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승호기자 sh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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