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남성의 미성숙 정자를 쥐의 정소세포에서 키운 뒤 체외수정을 통해 아기를 출산한 사실이 세계 최초로 의학계에 보고됐다.이에 따라 불임남성들은 희망을 갖게 됐지만 인간의 출산에 쥐를 이용했다는 윤리적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BBC방송 등 영국언론들은 17일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55) 박사팀이 최근 이같은 방법을 이용, 이탈리아인 4명과 일본인 1명의 품에 아기를 안겨주었다고 보도했다.
태어난 아기들은 8개월째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인 1명을 포함, 모두 6명이 같은 방법으로 임신중이라고 전했다.
이 방법은 올해 2월 일본 돗토리(鳥取)대학 연구팀이 최초로 성공시켰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체외수정을 통해 아기를 출산한 것은 처음이다.
안티노리 박사팀의 방법은 무정자증 남성의 정소에서 채취한 미성숙 정자를 쥐의 정소세포조직과 함께 시험관에서 3개월간 키운 뒤, 이를 시험관 수정방식을 통해 자궁에 이식, 출산하는 것.
쥐의 정소세포를 이용한 이유는 다른 남성의 정소세포를 이용할 경우 정자가 섞일 우려가 있고 쥐가 가장 보편적인 실험대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발표된 방법은 살아있는 쥐의 체내 정소에서 직접 성숙시킨 뒤 수정시키는 것으로 안티노리 박사팀과 다르다.
그러나 안티노리 박사의 시술법은 발육과정에서 쥐의 유전자가 사람의 정원(精原)세포에 유입돼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연구팀은 이 시술법으로 태어난 아기의 성장을 장기간 추적 관찰해야 하는 부담이 과제로 남아있다.
안티노리박사는 과거 폐경 여성의 임신을 성공시켜 화제가 됐으며 세계 최초로 인간복제를 시도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쥐의 조직을 인간의 출산에 이용했다는 윤리논란이 제기됐다. 이 방법을 처음 개발한 돗토리대학 연구팀마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아기를 출산시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안티노리박사는 『각종 백신과 장기 배양에 동물의 도움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불임남성들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아기에게는 유전적으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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