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니 댐을 지어서는 안됩니다』 『위험은 거의 없으며 있어도 지금 기술로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영월댐 건설을 둘러싸고 안전 논쟁이 한창이다.당초 생태계와 자연 경관을 둘러싸고 논쟁이 오고가다 더이상 이견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안전문제가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동강이 흐르는 강원 영월 정선 평창 일대의 지형은 이같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이 일대는 물에 잘 녹고 암반의 강도가 떨어지는 석회암이 많기 때문이다. 댐이 들어설 만지동은 석회암보다 단단한 사암지역이다. 그러나 몇백㎙터만 벗어나도 석회암층이 대부분이다. 논쟁의 중요한 대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석회암·지진·단층 위험론자들은 석회암, 빈발하는 지진, 유난히 발달한 단층과 습곡 등을 거론하며 지반이 불안정하다고 주장한다.
강원대 김창환(金昌煥·지리교육)교수는 『이미 건설됐거나 앞으로 건설될 지역중 가장 위험한 곳』으로 지목하기까지 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조선시대 이 일대에서는 지진이 17차례나 일어났다. 97년에도 정선군 신동읍 등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인근 기화천에서 시작, 댐 예정지 아래쪽으로 뻗은 길이 10㎞ 가량의 단층 4개는 이런 위험을 더욱 가중시킨다. 단층이 움직이면 곧 지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수진(金洙鎭·지질과학)교수는 『단층이 댐 예정지 가까이에 지나가는 것은 심각한 안전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이왕우(李王雨) 건설교통부 수자원심의관은 『석회암지역에 건설된 높이 100㎙ 이상의 댐이 미국 스페인 등 전세계에 36개나 되는데서 알 수 있듯 석회암에 건설된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거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 영월댐은 규모6.6의 강진에도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되기 때문에 지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창환교수는 『물이 가득한 목욕탕에 사람이 들어가면 물이 넘치듯 댐 건설 후 석회암이 물속에 녹아들고 이의 영향으로 산사태라도 난다면 물이 댐을 넘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63년 지반활동으로 커다란 암반이 담수지로 쏟아지고 이로인해 거대 파도가 발생, 물이 댐을 넘침으로써 2,6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바이온트댐 사건을 김교수는 상기시킨다.
강종수(康鍾洙) 수자원공사 댐건설본부장은 『석회암의 용해속도가 1,000년에 0.7∼4.2㎝에 불과하기 때문에 석회암이 물에 녹거나 이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반박한다.
■누수 가능성 동강변 동굴안에서는 민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쳐다닌다. 큰 물이 들면 마을의 돌리네(doline·석회성분이 녹아 푹 팬 곳)로 물이 순식간에 빠져 나간다. 지하가 뚫린채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다. 댐이 생기면 지하의 물흐름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게 위험론자들의 주장이다. 충북대 강영복(姜永福·지리)교수는 『지하통로나 단층을 따라 물이 새나갈 가능성이 있으며 큰물이라도 들면 가장 취약한 곳으로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창환교수는 『댐 건설로 동강 수위가 올라가면 돌리네의 싱크홀(sink hole·배수구)로 물이 거슬러 올라와 마을을 덮칠 가능성마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왕우심의관은 『문산리, 절운재, 거운리 등 일부 지역에 누수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압시멘트를 순간적으로 분사, 단단히 메우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반박한다.
이에대해 동굴탐험가 석동일(石東一)씨는 『수자원공사는 현지 조사를 통해 동강변에 동굴이 30개밖에 없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200개가 넘는다』며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놓고 누수 예상지역을 어떻게 일일이 막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한다.
환경부가 수자원공사에 보낸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요청서에도 『하루 용출량이 5,000㎥이상 되는 우물 5곳은 후일 수몰시 지하수의 유출통로가 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종수본부장은 『주변 지하수위가 댐 만수위보다 높기 때문에 지하에서 돌아다니는 물도 결국에는 강으로 몰리게 되므로 물이 다른 곳으로 샐 염려는 없다』며 『특히 주변 마을 대부분이 강보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마을이 물에 잠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한다. 또 동굴도 동강 상류에 있는 것은 물에 잠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강본부장은 말한다.
■또 다른 안전문제 김창환교수는 댐이 건설되면 동강 상류인 정선이 큰 물난리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강은 S자형이어서 직선하천에 비해 평소에도 물이 잘 안빠지는데 댐마저 건설되면 물 흐름이 더 나빠져 물난리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종수본부장은 『만수위가 돼도 정선읍과는 7.4㎞나 떨어지기 때문에 정선주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 김수진교수는 『현대 토목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해도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많은 사람들이 위험문제를 걱정하는만큼 댐 건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영월댐은 안전] "댐예정지 물안새는 암층으로 구성"
홍수조절, 용수공급 등을 위해 영월댐 건설을 추진하려는 정부와 댐안전성및 자연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지만 객관적인 차원의 검증이 필요하다.
댐이 건설되는 동강 유역에는 석회암, 사암, 셰일지반이 섞여있다. 특히 댐 예정지는 물이 샐 수 없는 암층으로 구성돼있어 다른 댐보다 특별히 나쁜 조건이 아니다. 논란이 되는 석회암지대 동굴은 생성구조상 지표의 비포화대에 있고 주위의 산과 반송층에 의해 차단될 수 밖에 없다. 동굴의 영향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겨달라고 말하고 싶다.
석회암에 물이 닿으면 초콜릿처럼 녹아 댐이 붕괴된다는 주장도 공학적 측면에선 납득하기 어렵다. 영월지역은 비용해성 석회암지대로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수천년동안 불과 몇㎝ 가량 녹는 데에 대한 불안감은 갖지 않아도 된다. 일본 중국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석회암지대에 이미 53개의 댐이 건설됐거나 건설중이고 우리나라도 89년 석회암지대에 광동댐이 건설됐다.
이 지역을 지진다발지역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여러 학자의 연구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규모 시설물은 일정 규모의 지진을 견딜 수 있게 내진설계되고 있으며 영월댐도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댐 수준과 같게 내진설계된다.
영월지역 지질조사는 50년대부터 충분히 해왔다. 댐 조사는 극히 전문적인 분야로 숙련된 경험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공학적인 사안인만큼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지질공학을 다루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동강댐은 위험] "댐건설지 단층대 피하는게 순리"
영월댐은 여러모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선 예정지 주변 대부분이 석회암지역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댐 건설지가 역암과 사암으로 돼있어 큰 걱정없다고 하지만 문제는 물이 채워지는 곳이 석회암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수자원공사는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동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지질조사를 하면서 현지 주민의 말도 듣지 않았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주민들이 대대로 살아오며 겪은 경험은 하루 아침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조사의 기본이다.
굴업도 핵폐기물처분장을 결정할 당시 정부는 외국 전문가를 불러다 헬기로 보여주고 최적지로 결정했다가 활성단층의 존재가 밝혀져 백지화했다. 이때도 토목공학의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은 보강공사를 하면 핵폐기물처분장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월댐 건설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댐 예정지 주변으로 여러 개의 단층이 지나가고 있는데 이는 단층이 지진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하다. 일본 고베(神戶)지진도 평소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 곳임에도 불구, 단층이 움직여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불안정 지각으로 어디서건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대규모 구조물의 건설은 단층대에서 피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우리의 토목기술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당산철교의 재시공 등에서 볼 수 있듯 믿음직하지 못해 더더욱 안전문제에 신경을 써야한다.
*[댐안전성 외국사례] 이탈리아 63년 석회암층 댐붕괴
미국 등 선진국들은 대규모 다목점댐 건설에 따른 지반침하와 기상이변 등 부정적 영향때문에 이미 건설한 댐을 철거하는 사례도 있다.
석회암층에 건설된 댐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이탈리아 바이온트댐 참사가 잘 말해준다. 63년 이탈리아의 피아페계곡에서 지반활동으로 석회암층이 붕괴하면서 암반 2억4,000만톤이 댐 저수지로 무너져내렸다. 이때문에 저수지 물이 넘치면서 하류의 마을을 덮쳐 2,600명이 사망했다.
미국 와이오밍주의 터튼댐은 환경단체의 반대와 법정소송에도 불구하고 건설을 강행했으나 석회암 천연동굴이 많았던 이 지역 특성을 무시한 결과 76년 완공직전에 붕괴, 4,000여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1926년 불안정한 지층구조를 무시한 채 건설됐던 미국의 샌프란시스댐 붕괴사고는 42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댐은 미세한 흙과 돌부스러기 등이 섞인 역암과 두꺼운 퇴적층에 세워졌으나 댐 측면의 운무편암층이 쪼개지면서 붕괴사고로 연결됐다. 환경운동연합 김혜정(金惠貞)환경조사국장은 『라이프지의 조사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200군데 댐이 붕괴해 8,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강 글렌캐니언댐은 현재 철거논란이 한창이다. 『댐은 영원하지 않다』는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에 대해 연방 하원 자원위원회는 97년 9월 댐 철거가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다.
세계은행은 90년 이후 댐건설 차관 제공을 중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산시아(三峽)댐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대관령환경연구회 이상영박사는 『결국 물막이 댐사업이란 총체적으로 손해라는 것이 최근의 일반적 학설인데도 정부는 경제적 효과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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