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에 대해 개방적으로 논의키로 했다』18일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 주재의 국민회의 당3역회의가 끝난뒤 나온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의 이 발표가 정치개혁협상의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조짐이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국민회의의 「문호개방」이 사실상 공식화함으로써 공동여당 및 여야간 선거법개정 협상의 최대 화두가 중·대선거구제 문제가 될 개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같은 논의를 조대행이 주도했다는 점. 조대행은 격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있어서 누구보다도 DJ의 의중에 정통한 인사다. 따라서 조대행의 입장은 소선거구제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던 김대통령의 생각에 변화가 있음을 뜻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의 DJP협의과정에서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중·대선거구제+정당명부제」안을 제시, 김대통령의 방향 선회를 유도한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회의가 소선거구·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당론을 재확인하면서도 이처럼 중·대선거구제로 가는 길을 일찌감치 활짝 열어놓은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여여 및 여야간 정치개혁협상의 촉진제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자민련이나 한나라당이나 아직 당론은 정하지 않았지만 내심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따라서 국민회의로서는 일단 「미끼」를 던져 놓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선거구제·정당명부제가 국민회의의 전국정당화, 안정의석 확보의 지름길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여권안에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중·대선거구제에 정당명부제를 혼합하는게 제1당, 더 나아가 과반안정의석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에서는 『제도적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심모원려(深謀遠慮)』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는 인위적 정계개편이나 한나라당내부 요인에 따른 정계변화의 가능성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정국상황과 관련이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돼 기존 정당의 공천 문이 좁아지면 기존 정치인들이 움직이고 신진 정치세력도 가세해 다음 총선에서 이들의 공천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출현하는 등 정계개편이 필연적』이라는 논리다.
국민회의가 일단 문을 열어 놓았지만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선뜻 그 안으로 들어설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민련은 여전히 「선(先)내각제 논의」를 주장하며 정치개혁문제에 미온적이다. 한나라당안에도 소선거구제 선호론자들이 만만치 않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