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은 미국 여성들에게 특별한 해였다. 미 연방의회 최초의 여성의원 자넷 랜킨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랜킨 이래 80년대 말까지도 25명에 불과하던 여성의원은 최근 10년만에 두배로 증가, 지난해 중간선거 직전에는 63명으로 늘어났다.10일 엘리자베스 돌 전 미적십자사총재가 2000년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함으로써 1916년부터 씌어진 미국 여성들의 정치사는 정점에 오르게 됐다.
여성들의 정치참여에 발맞춰 여성유권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짐에 따라 미 대선에서 여성은 승패를 결정짓는 변수가 됐다. 51%에 이르는 이들 여성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미국의 정치인들은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했다. 그리고 이는 「정치의 여성화」로 이어진다.
96년 대선에서 이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한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진영은 무난히 승리를 거머 쥐었다. 젊고 수려한 클린턴의 외모 외에도 과거 선거운동에서 주요하게 다뤘던 국방, 범죄, 세금문제 대신 보건복지, 교육, 사회보장제도 등 여성편향적인 이슈를 정치적 의제로 채택한 것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섹스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은 클린턴이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감수성 강한」 여성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공화당의 낸시 존슨 하원의원은 『여성들은 전처럼 정치자금을 모금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며 『10여년 사이에 엄청난 문화적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바브라 복서, 캐롤 브라운 상원의원 등 여성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나 경쟁자의 풍부한 자금력 때문에 고전할 수는 있으나 최소한 여자라는 점 때문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 2세는 선거전의 캐치프레이즈로 「따뜻한 보수주의」를 선언하고 나섰다.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고지식하고 완고하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 전략이 여성표를 의식해서 짜여졌음은 물론이다.
「정치의 여성화」는 이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잡아야 할 무기가 됐다. 여성을 백악관의 주인으로 맞게 될 가능성이 열린 2000년 대선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정치무대가 될 참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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