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어업을 되살리기 위한 한일어업협정 재협상은 일본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제살깎아 먹은 결과로 끝났다. 80척의 쌍끌이어선 조업이 가능해졌으나 이는 어민들이 요구했던 220척의 반도 안된다. 어획량 추가에도 실패하고 이미 할당된 범위안에서 조정키로 했다.그대신 일본에 백조기저인망 및 복어반두어선의 척수를 늘려주기로 했으니 되로 받고 말로 준 셈이다.
그나마도 구걸협상으로 외교적 망신까지 당했다. 어업협정에서 쌍끌이어업을 빠뜨리는 실수를 저질렀으면 이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준비부족에 전략마저 부재했다.
준비보다는 인정이나 정치적 타결에 의존하려는 아마추어적인 교섭태도를 보이다가 일본의 실속챙기기 작전에 놀아난 꼴이 됐다.
우리가 얻은 것은 쌍끌이어업을 되살렸다는 명분 뿐이다. 일본은 명분을 주고 백조기와 복어어선 척수를 대폭 늘리는 실리를 챙겼다. 이번 재협상이 우리측 요구로 열렸다는 점에서 일본측의 실리작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우리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면 일본이 이해해주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익의 냉혹함을 망각한 것이다.
이것은 해양법에 의해 새로 재편되는 국제해양질서에 대해 정부나 국민의 이해나 준비가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을 뜻한다. 「바다 나눠먹기 시대」가 됐는데도 우리는 옛 생각에 젖어 대비를 소홀히 한 것이다. 정부의 실정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국민들도 마음대로 고기를 잡던 옛날 생각만 해서는 안된다.
바다 고기에도 주인이 있는 시대가 왔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종합적인 어민피해보상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실수와 엉성한 협상으로 어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고 국민들은 굴욕감을 참아야 했다. 앞으로 잡기 위주의 수산정책을 「키워서 잡는」정책으로 전환하고 새 해양질서에 대한 대민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이번 재협상과정에서 맛본 쓰라린 교훈을 한중어업협상에서 살려나가야 한다.
어민들도 조상 대대로 내려온 어장을 잃은 아픔이 크겠지만 새 해양질서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 바다도 영토화되어 가는 시대에 우리 주장만을 내세울 수 없다. 먼저 우리 바다에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 바로 남획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어업환경이 점차 각박해지는 상황에서 어족자원도 보호하고 키우면서 잡는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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