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집앞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던 A(32·여)씨에게 술취한 청년들이 시비를 걸어왔다.청년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폭력을 휘둘렀고 A씨도 이에맞서 저항했다. 부근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 것은 몽둥이까지 동원한 청년들의 완력에 밀린 A씨가 샌들을 벗어 청년중의 한 명(24세)의 머리를 내리치면서 부터. 샌들에 맞은 청년은 그 자리서 쓰러져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사인은 일차성쇼크로 인한 심정지. 보통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경미한 외력에 혈관운동이 갑자기 멈춰 사망에 이르는 경우다.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고 징역1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3부는 18일 A씨에게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어 수단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 등에 비춰볼 때 정당방위라고 볼 순 없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여성이고 전과가 없는데다 먼저 구타를 당한 사실 등을 참작,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왜소한 체격의 A씨는 이에앞서 재판부에 『큰길에서 한 여자가 남자에게 몽둥이로 맞고 있는데도 그냥 보고만 있었던 행인들의 무심함이 원망스럽지만 어찌됐건 한 생명이 고인이 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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