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17일 회담은 상극(相剋)의 정치를 상생(相生)의 정치로 바꾸려는 시도이자,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 「미래지향적」 「생산적」 「희망」이라는 표현이 곳곳에 들어 있는데서도 현재의 대립정국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물씬 묻어나고 있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도 회담후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 『변화의 기대를 국민에 주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 향후 정국을 화해와 공존의 틀안에서 끌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사실 김대통령이나 이총재는 대화마저 단절된 상극의 정치를 더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대통령은 정치안정 없이 경제난 남북문제 실업 노사갈등 등 산적한 난제의 해결이 쉽지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총재도 마냥 대립의 전선(前線)에 서있을 경우 정쟁의 표상으로 각인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보다 큰 틀에서 여야 모두 화해와 대화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공통분모가 총재회담을 이끌었고 신뢰회복 화해 협력을 기조로 하는 합의문을 도출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정보원의 연락사무실인 국회 529호실의 폐쇄방침도 대화와 화해정치의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당분간 총재회담의 탄력을 충분히 활용할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합의사항으로 끌어내 집권 2년의 국정운영에 전력 투구할 수 있게 됐다. 이총재는 인위적 정계개편 중단, 정국동반자 확인을 통해 당 안팎의 도전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을 충전했다.
그러나 총재회담이 정국순항의 모든 것을 담보해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합의문의 화려한 표현과는 달리 정치현실에서는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의 처리여부, 세풍수사의 결론이 여전히 미제(未濟)로 남아있다. 3·30 수도권 재보선은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서 여야가 선거승리를 위해 격한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선거법 등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현안들도 적지 않다. 여야총재회담의 총론이 각론에서 실천될 지는 아직은 미지수인 것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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