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싸한 디젤 냄새, 실그물에 서너 알씩 담긴 「심심풀이」 삶은 계란, 간이역에 핀 이름모를 꽃…. 열차여행은 모든 감각에 기억된다.마이카가 꿈뿐이었던 시절, 여행의 설레임은 언제나 아련한 기적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잊고 있었던 추억도 되살리고 아스팔트에 길들여져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도 선물할 겸 열차여행을 떠나자.
철도청이 운영하는 철도관광상품이 날로 풍성하고 다양해지면서 인기관광상품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철도관광상품이 첫 선을 보인 것은 85년의 신혼열차. 이후 독립기념관, 무주스키장 등의 여러 상품이 소개되다가 97년 정동진 해돋이열차가 빅히트하면서 철도관광은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중앙선, 태백선 주위에 펼쳐진 태백준령의 기막힌 풍광과 정동진의 일출을 내건 해돋이열차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지난해 9만8,743명이 참가해 22억2,357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98년 철도청의 관광열차매출 97억3,800만원중 해돋이열차가 25%를 차지한 셈이다.
이에 힘입어 철도관광상품의 매출은 연평균 45%씩 증가하고 있다. 철도청은 『열차여행의 안락함과 편리함이 새삼 인식되고, 운전 스트레스와 정체의 짜증으로부터 해방되려는 여행객이 많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철도청은 봄이 무르익는 3월 하순을 맞아 새로운 상품을 대거 내놓았다. 21일부터 시작되는 고향방문관광열차가 대표적이다.
명절이나 집안의 큰일을 제외하고는 잊고 지내는 고향에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 가자는 것이다. 첫 방문지는 충남 서천. 마량리 방파제, 동백정을 둘러보고 춘장대해수욕장에서 조개를 잡는 시간도 마련한다.
『자연스럽게 향우회가 이루어지는 정겨운 여행이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이야기이다. 이후 보령, 부여등으로 고향열차는 이어진다.
정선의 5일장에 들르고 국내유일의 비둘기호 열차를 타보는 정선5일장 관광열차는 철도청이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는 상품. 17일부터 시작됐는데 끝자리 수가 2와 7인 날(2, 7, 12, 17, 22, 27일) 운행한다.
산나물 약초 옥수수술등 강원도 산골의 특산물을 구경하고 객차가 달랑 한 칸인 비둘기호를 타고 정선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한다.
벚꽃의 북상에 맞춘 벚꽃열차는 매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상품. 올해에는 27일부터 진해행을 시작으로 경주, 전주·군산, 구례 쌍계사등으로 북상하며 꽃인파를 실어나를 예정이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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