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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끌이협상 타결] '구걸외교' 출발 '상처'뿐인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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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끌이협상 타결] '구걸외교' 출발 '상처'뿐인 봉합

입력
1999.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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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어업협상에서 어처구니 없이 누락된 우리 쌍끌이 어선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조업 문제 등을 협의해온 양국간 「쌍끌이협상」이 개시 10일만에 타결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리했던 「구걸외교」 끝에 우리가 얻은 것은 『쌍끌이 조업을 양해받았다』는 어민설득용 수사(修辭)이다. 그나마도 한반도 서남 황금어장의 문을 더 열어 값비싼 복어와 백조기를 일본측에 양보하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협상의 전과정을 돌이켜볼 때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협상은 착각과 오판에서 출발했다. 8일 실무협상팀이 일본에 급파되고 3일 후인 11일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이 허겁지겁 도쿄(東京)에 날아갈 때만해도 우리측은 14만9,000톤으로 책정된 기존 어획쿼터 외에 추가로 쌍끌이 쿼터를 받아낸다는 입장이었다. 양국 우호관계를 감안할 때, 실수로 누락된 쌍끌이 조업 정도야 쉽게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협상팀이나 장관이 현지로 날아갈 때 3~4일 정도의 체류준비물만 챙긴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일본 농림수산장관은 12일 김장관과의 공식협상에 앞서 『이미 타결된 협상의 전체틀을 훼손할 수 없다』고 선언해버렸다. 우리측이 본격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추가쿼터 확보」를 선언하고 나서자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다. 13일부터 본격적인 실무협상이 시작됐지만 「추가쿼터 할당」요구가 일찌감치 물건너 간 것은 필연적이었다.

협상은 당초 요구가 좌절된 후에도 난항을 거듭했다. 일본은 쌍끌이 어선의 입어척수와 어획량에 대해서도 완고한 입장을 고집했다. 최대의 조업능력을 자랑하는 쌍끌이 선단의 진입에 대한 일본 어민들의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측은 이때까지도 입어척수 220톤, 어획량 6,500톤이라는 어민측 집계만을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요구 수준이 터무니없다』는 일본측의 역습을 받았다. 일본은 조업위치와 시점 등을 근거로 자체 파악한 구체적 조업실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협상전략이 없었던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쌍끌이 외에도 우리측은 중일잠정수역 내 갈치 및 복어채낚기조업편의 등도 요구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일본측의 반대급부 요구는 충분히 예견됐다. 그러나 합리적인 카드를 준비하지 못함으로써 일본측이 협상 막바지에 뒤늦게 들고나온 서남어장의 복어 및 백조기 어장을 양보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을 맞았다.

이번 협상에서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김장관의 유래없는 처신으로 빚어진 국가위신의 손상이다. 해양부 관계자들은 『그나마 장관이 현지에서 뛰었기 때문에 이만큼이라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장관은 12일 이카가와 장관을 만난 뒤 곧바로 귀국했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구체적 일정도 없이 잘 만나주지도 않는 일본 장관을 기다리며 6일간이나 상대국 호텔에 머물렀던 우리 장관의 모습은 이번 협상에서 빚어진 가장 큰 손실일지도 모른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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