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니 태산이요, 돌아서자니 숭산이라』 여야총재회담이 열린 17일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이 당내 비주류 현주소를 가리켜 한 말이다. 갖가지 그림을 그리면서 고심해온 그들이지만, 정작 「거사」를 도모하기에는 여건이 갈수록 꼬여간다는 얘기다.냉랭하던 정국을 당장 「데탕트」분위기로 훌쩍 바꿔버린 총재회담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물밑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 흔들기를 호시탐탐 노려온 비주류로서는 입지가 더욱 좁아져 버린 셈이다.
비주류의 난감한 처지는 당내 민정계 의원의 골프모임 취소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김윤환(金潤煥) 이한동(李漢東)고문을 주축으로 한 민정계의원 10여명은 당초 이날 골프모임을 갖기로 했다가 16일 돌연 무기연기했다. 민정계의 한 의원은 『총재회담에 괜히 고춧가루를 뿌릴 수야 없지 않느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비주류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몇몇 참석 예정자들이 비주류로 「낙인」찍히는 데 부담스러워한 나머지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척박한 주변상황을 이유로 비주류가 마음을 돌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3·30 재·보선 「성적표」를 본 뒤, 기대이하일 경우 곧바로 이총재를 공격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당의 얼개가 이총재 중심으로 단단하게 짜여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않을 것 같다. 비주류를 대표할 「얼굴」과 별다른 비전마저 결여한 상태에서 지원세력을 얻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는 결국 「탈당과 협력」중에서 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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