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백화점에서 쇼핑봉투 판매·환불제가 시작됐다. 쇼핑백 100원, 비닐봉투 20원인 봉투값을 둘러싼 시비는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시민의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돈을 낸다고 봉투를 적게 쓸지, 또 환불하기 위해 얼마나 봉투를 되갖고 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빈병 환불제도 실속이 없는 현실에서 「상징」에 불과한 봉투값을 내는 것만으로 환경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비닐공해로 국토가 온통 썩어가는 처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비닐봉투를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미국 슈퍼마켓에서는 비닐과 종이봉투를 나란히 쌓아두고 원하는 대로 집어준다. 모든게 풍족하고, 쓰레기를 감당할 땅 넓이도 여유있는 나라답다. 그러나 유럽쪽은 사정이 다르다. 영국에서는 이미 10여년전 비닐봉투 한 장에 몇십원씩 받고 있었다. 봉투가 크고 튼튼해 마음에 들었지만, 사는 이가 많지않아 「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환경보호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봉투값을 받다가는 가게 문 닫기 십상이었을 때였다.
■독일에서는 아예 비닐봉투 얻기가 쉽지 않았다. 종이봉투는 계산대에 내놓고 거저 집어가게 하면서, 비닐봉투는 돈을 받고 한 장씩 내줬다. 여러 장을 요구하면 종이봉투를 쓰라고 나무라는 계산원도 있었다. 종이봉투는 재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종이봉투도 많이 쓰지 않고, 대개 등나무 바구니나 무명 주머니를 들고와 물건을 담아간다. 차가 없어 바구니나 종이봉투를 들기 곤란한 이들은 무명이나 비닐봉투를 손가방에 접어넣고 다닌다.
■여유있는 노인들은 바퀴와 손잡이까지 달린 멋진 장바구니를 끌고 다녔다. 이런 틈에서 비닐봉투를 들면 왠지 초라하게 보였다. 우리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를 연상하면 된다. 선거 때면 거리유세에 나선 총리후보가 선거구호를 새긴 무명주머니를 나눠준다.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사회에서는 장바구니가 훌륭한 선물 노릇을 하는 것이다. 오래전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장에 오갈 때 장바구니를 드는 것이 자연스런 사회가 환경 선진국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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