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가 16일 10만원권 발행이라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시도했다.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 가능성과 관련,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기에 십상인 이 사안을 재경위가 이날 과감히 공청회 의제로 올린 것.국회 145호실에서 오전 10시부터 4시간여동안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경제논리를 중시하는 찬성파와 사회·정치논리를 우선하는 반대파들간에 치열한 논전이 펼쳐졌다.
막판에는 정치권의 불법자금 조달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진술인들에 대해 일부 의원이 『우리도 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불쾌감을 표시, 잠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
10명의 각계 진술인들중 7대 3으로 찬성론이 반대론을 압도했다. 배병휴(裵秉烋·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유한수(兪翰樹·전경련 전무)씨 등은 『수표 발행·관리비가 연간 1조2,000억원인데 비해 이를 화폐로 대체하면 비용이 700억원에 불과하다』『화폐 단위로 뇌물·탈세를 막겠다는 것은 순진무구한 발상』이라며 찬성편에 섰다.
반면 위평량(魏枰良·경실련 정책부실장) 이재웅(李在雄·성대 교수)씨 등은 『물가심리를 자극하고 불건전 음성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것』『경제적 이득보다 계층간 위화감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이 더 크다』며 반대했다. 신종원(申鍾元·소비자보호협 실행위원장)씨는 『1년뒤에 10만원권을 발행하자』며 중재안을 냈다.
대세가 찬성 우세로 확인된데 고무됐는지 진술인들의 의견발표가 끝난뒤 여야 의원들도 거리낌없이 고액권 발행을 찬성하고 나섰다. 정세균(丁世均·국민회의) 정우택(鄭宇澤·자민련)의원은 『경제정책은 경제논리가 주가 돼야 한다』며 『수표보다 화폐로 발행했을 때 관련 비용이 훨씬 적은 만큼 10만원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한용(鄭漢溶·국민회의)의원도 『지불수단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부패를 막겠다는 논리는 비약』이라고 가세했다. 정일영(鄭一永·자민련)의원은 『위폐제조 가능성과 음성자금거래 우려 등을 감안, 10만원권보다는 5만원권을 만드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발언의원 6명중 반대의견은 『고액권 발행보다는 투명한 사회, 신용사회를 만드는게 급선무』라며 국민감정을 지적한 한영애(韓英愛·국민회의)의원이 유일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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