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대학 신입생에 보내는 교육부장관 서신 뭉치를 두고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있다. 교육부 공문을 따르자니 학기초 학생들을 자극해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모른 척 묻어두려니 교육부 눈치도 보이는데다 수천 통의 편지를 처리할 일이 난감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해찬(李海瓚)장관이 학생운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편지를 신입생에게 보낸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부터 학생들의 반발은 예상됐다. 서울대총학생회 등 상당수 대학 학생회가 장관의 해명과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미 인쇄가 끝난 수십만통의 편지를 지난달 말 각 대학으로 우송했다.
일부 대학은 고육책을 동원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때 유인물 형식으로 편지를 배포한 것. 당초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서신을 가정으로 발송해 학부모와 함께 보도록 할 것」을 요청했지만 무시됐다. 서신은 학생들에 의해 종이비행기로 접혀 날려지기도 했다.
서울대는 대학본부가 각 단과대학으로, 단과대는 각 학과사무실로 편지를 떠넘겼고, 당연히(?) 발송되지 않았다. 사회대의 한 조교는 『대학본부도 꼭 발송하라고 내려보낸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경희대 한양대 등 상당수 대학들도 서신을 두고 서로 눈치나 보며 회의만 거듭했을 뿐 묘안을 찾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16일 서울 K대 관계자는 『발신자(교육부장관)를 밝힌 편지봉투 없이 내용물만 주면 대학이름이 인쇄된 봉투로 발송하라는 말이냐』며 『학생 반발이라는 당연한 현실을 도외시한 것도 문제지만 골치아픈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는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윤필기자 termi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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