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훌륭한 교사가 될거야"라는 말한마디가 큰 힘 -그 해 겨울 나는 고3이었다. 친구들은 모두 대학원서를 들고 다니며 고민할 때 나는 기술을 배우러 다니고 있었다. 인문계 고교였지만 나는 일찌감치 진학을 포기하고 공고 야간에 개설된 국립기술원 양성소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광부로 정년퇴직을 하고 자식공부 때문에 도시 변두리로 이사와서 점포도 없이 보따리 장사를 하던 집안 형편으로는 대학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기술을 배워서 기능공으로 취직하고 우선 돈을 벌면서 대학은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혼자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대학을 가는데』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아팠지만 차가운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
모두 상담을 하고 원서를 쓰는데 찾아오지 않는 나를 원서마감이 임박한 어느날 담임선생님께서 부르셨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마음 아파하시면서 기회는 또 있을테니 무슨 일에든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해주셨다. 교무실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알 수 없는 눈물이 왈칵 치밀어 올라왔다.
그 다음 날인가 평소 나를 아껴주시던 생물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때 나는 온실에서 일하는 근로장학생이었는데 온실담당교사였기 때문에 나를 잘 이해해주셨다.
퇴근후 말없이 나를 데리고 가신 곳은 어느 고급음식점이었다. 난생 처음 들어가보는 으리으리한 곳이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새우튀김의 맛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걸 보면 아마 일식집이었나 보다.
선생님께서는 별 말씀도 않으시고 음식을 실컷 먹으라고 하시면서 어색해 하는 나를 똑바로 보시며 『수호야, 넌 내가 보기에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참 잘 할 것같아』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나는 그 선생님을 비롯한 모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졸업후 모교 서무실에 취직했고 야간대에 진학했다. 그리고 교사가 되었다.
나는 교사로 살면서 그 때 그 순간을 잊어본 적이 없다. 『너는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을 거야』라는 말 한마디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에게 지금도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수호·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선린정보산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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