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가 포항공항에서 착륙중 활주로를 벗어나 곤두박질친 사고로 70여명이 다쳤다. 150여명을 태운 비행기사고에 사망자가 없고 크게 다친 사람도 많지 않다니 불행중 다행이다.공항에 주둔중인 해군 화학부대 요원들이 기민하게 대처해 폭발을 막았고, 승객과 승무원들의 침착한 노력으로 피해가 최소한에 그쳤다.
우리는 먼저 항공교통 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건설교통부는 이번 사고가 나자 포항공항 인근 야산이 항공기 안전착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긴급히 절취공사를 하도록 지시했다.
해발 96㎙ 높이에 불과한 산이지만 활주로에서 1.2㎞ 밖에 떨어지지 않아 항공기 착륙시 활공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괌 참사 이후 시설과 여건이 취약한 지방 공항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었는데, 이제야 야산 절취공사를 한단 말인가. 사고가 터진 뒤에야 마지못해 움직이는 복지부동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이후 한 달에 두세번 꼴로 사고를 일으켜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또 사고를 냈다.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불가항력적 요인은 없어 보이는데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같은 기종에 의해 반복되고 있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대한항공기 사고일지를 보면 이번과 같은 MD 80 계통 기종은 지난해 9월에도 제주와 울산공항에서 기기조작 실수로 착륙사고를 일으켜 각각 6명과 3명의 부상자를 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 실수, 또는 정비불량으로 좁혀지고 있다. 사고기 조종사는 제동장치를 가동시켰으나 듣지 않아 수동장치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비바람이 강하고 활주로가 미끄러워 기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지만, 그 정도의 조건에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비행기는 있을 수 없다.
사고 직전 다른 항공기들은 무사히 착륙했고, 사고기가 활주로 540㎙ 지점에 착지한 것을 보면 계기 이상에 조종사 실수가 겹치지 않았나 의심된다. 기체 결함이 아니라면 정비불량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비용절감 제일주의로 일관해온 대한항공의 안전불감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5년 이후 3년여동안 대한항공은 정비를 하지 않고 운항을 강행하는 정비이월 행위를 1,700여차례 반복했는데, 심한 경우는 15일간이나 정비를 미룬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당국과 항공사는 이번 사고를 마지막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자신있게 선언할 수 있도록 종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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